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11> 외부 제안에 대처하는 법

협력제안 함부로 수용 말라

스타트업, 이륙 전 비행기나 다름없어

비즈니스 모델과 적합성 따져 활용을

조성주 KAIST 경영대학 교수


"언론에 기사가 나간 뒤부터 이곳저곳에서 사업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C사는 중국어 교육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10년 차 이상의 직장인들이 오프라인 학원에서 느끼는 불편함에 초점을 맞췄다. 통원 시간의 불편함, 젊은 사람들과 한 반이 돼 배우는 어색함 같은 것들. 그래서 이들은 온라인 학습으로 최대한 연습할 수 있게 하고 연습이 끝나면 학원에서 1대1 수업을 제공하기로 했다. 전체적인 학습 관리는 중국어가 가능한 코디네이터가 맡는다. 창업팀은 교육 경력자들로 갖춰져 있었다. 서비스는 신속히 진행됐고 개발된 콘텐츠의 일부를 베타 서비스로 오픈했다.

문제는 서비스 오픈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러한 학습 방식에 관심을 가진 회사들로부터 사업 제안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는 협력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관련 회사들로부터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만나는 상대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앞으로 잘될 것 같다고, 자신들과 함께하자고 한다.

이렇게 되자 사업계획서에는 상품군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한 중국어 콘텐츠, 신문기사와 접목한 독해 콘텐츠 등이다. 대상 고객도 다양해졌다. 급기야 초등학생을 위한 방과 후 수업까지 사업 영역에 넣고 개발에 나섰다. 모두 외부 제안으로 생겨난 사업 기회다. 새로운 곳과 미팅할 때마다 계속 늘어났다.

여기서 잠깐. 좋은 기회처럼 느껴지는 외부 제안을 모두 수용해도 될까. 그것이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는 데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지금 막 활주로에서 출발한 비행기라고 해보자. 비행기는 이륙해야 한다. 스타트업 비행기는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될 때 비로소 이륙된다. 비즈니스 모델에 세운 가설대로 반복적으로 실행하면 확장 가능한 상태가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C사가 가상현실 콘텐츠, 방과 후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륙도 하기 전에 이것저것 다 하려다가는 뭐 하나 제대로 못 하고 엔진이 꺼질 수도 있다. 현실은 처음 계획한 하나도 이륙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일단 이륙이 되면 그다음 것들은 훨씬 순조롭게 할 수 있다. 그리고 훨씬 더 괜찮은 협력 제안을 받을 것이다. 이륙이 먼저다. 외부 제안이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가 의사결정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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