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회, 회생가능 기업까지 법정관리로 내모나

한계기업의 신속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연내 국회 통과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구조조정 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당국은 신용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대기업에 이를 통보하고 채권은행에도 워크아웃 절차를 서두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기촉법의 일몰기한이 연장되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으로 60% 이상의 기업을 회생시키는 역할을 맡았던 기촉법의 존립근거가 사라지는 셈이다. 채권단 자율협약의 경우 채권단의 100%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아 긴급 자금만 지원받으면 살아날 수도 있는 기업들이 등 떠밀려 법정관리로 직행할 처지에 내몰리는 것이다. 2006년 당시 기촉법이 작동하지 않아 자율 워크아웃을 추진해왔던 기업들이 무더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악몽이 재연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기촉법의 시한 만료가 임박해서야 연장을 추진한 정부의 늑장대처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기업의 명줄이 걸린 핵심법안을 아무 이유도 없이 깔아뭉개며 기업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국회의 무능이야말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여야가 기촉법 연장에 의견접근을 봤지만 다른 법안과의 연계 문제로 방치되고 있다니 기업의 억장이 무너질 만한 일이다. 공장이 문 닫고 직원들은 길거리에 나앉는 사태가 닥쳐도 눈앞의 정치적 득실만 챙기는 정치권의 이기적 행태에 진저리가 날 지경이다.

정치가 기업을 골병들게 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간판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며 기업활력제고법과 노동개혁 5법 등 경제활성화법을 처리해달라는 경제계의 호소에도 마이동풍이다.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지만 오늘도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다. 사사건건 기업의 발목을 잡고 대량 실직사태나 초래하는 무책임한 국회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올해 마지막 회기도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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