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동북아 오일허브, 환경과 시간에 성패 달렸다

정부가 우리나라를 국제석유거래의 중심지로 발전시킨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에너지 분야의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동북아 오일허브 추진대책'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약 2조원을 투입해 울산과 여수 등을 국제석유거래의 중심지역으로 성장시킨다는 게 골자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2020년부터 연간 250억달러 이상의 중계가공 수출이 가능해진다. 주지하듯이 석유거래에서 떨어지는 부가가치는 대단히 높다. 싱가포르와 네덜란드는 산유국도 아니면서 석유의 가공·매매알선·보관을 통해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11.5%와 7.3%를 올리고 있다. 우리가 이 사업에 지지를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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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입지조건도 좋은 편이다. 일단 수요가 크다. 국제적 제조업 지대인 한국과 중국·일본 3개국의 석유 사용량은 세계 수요의 19%를 차지한다. 중국은 얕은 항만 수심과 잦은 휴항, 일본은 자연재해와 높은 항만물류비로 오일허브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세계적인 정제공장과 시설을 보유한 한국이 얼마든지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오일허브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환경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질병인 단기성과주의에 매달려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가 모델로 삼은 싱가포르도 정부의 일사불란한 지원에도 오일허브로 작동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아무리 인프라를 갖췄어도 불과 6년 만에 법제도를 정비하고 투자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는 무리다. 속도전에 매몰될 경우 자연환경 보전이 뒷전으로 밀릴까 우려된다.

동북아 오일허브를 정권의 치적으로 포장하려는 시도 역시 금물이다. 1999년부터 구상됐을 뿐 아니라 '동북아 중심국가'를 목표로 삼았던 노무현 정부에서도 시도했으나 부처 간 이견으로 묵혀놓았던 정책과제다. 정부는 여유를 가지고 오일허브 전략을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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