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요금 현실화에 재 뿌린 공기업들

"공기업 부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공기업들이 상당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유일호 한나라당 의원)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올해 72조원에 달해 2007년보다 20조원이나 늘었어요. 국민부담이 경감되기는커녕 가중되고 있습니다."(이용섭 민주당 의원) 국회가 19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의 한 대목이다. 이날 감사장에서는 공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질타하며 매섭게 몰아 부쳤다. 유 의원이 밝힌 '개별 공기업 성과급 지급 현황'자료에 따르면 27개 공기업이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 총액은 지난 2010년 무려 1조3,441억원에 달해 전년보다 42.5%(4,011억원)나 증가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경기부양의 유혹까지 참아가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 공기업들은 방만한 경영으로 빚더미에 올라 있으면서도 임금 잔치로 국민의 부담을 키우고 있으니 정치권이 공노할 만 하다. 그중에서도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지급한 성과급은 전체 공기업 성과급의 27.9%(3,752억원)에 달했다. 전기요금이 원가에 못 미쳐 적자를 내고 있다며 우는 소리를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펑펑 보너스를 타가면서 잘 먹고 잘 살아왔던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한전 등의 도덕적 해이가 가뜩이나 전력대란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민심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물가불안을 부채질 할까 봐 전기요금 등과 같은 주요 공공요금 인상 시기를 조심스럽게 저울질해왔던 정부로서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 공기업들 스스로 공공요금 합리화에 재를 뿌린 셈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요금 현실화의 추동력을 확보하려면 공기업들이 보다 강력한 경영합리화 노력을 먼저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스스로 자구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인 국민에게 비용전가만 계속한다면 전면적인 민영화를 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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