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인플레 위험성 커져 '출구전략' 연착륙 장담못해

■ FRB, 제로금리 장기화 시사<br>적어도 내년 봄까지 초저금리 기조 유지<br>고용시장 안정돼야 금리인상 기조 전환<br>긴축전환 결정하면 힘겨운 조정 겪을듯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 경제의 침체 탈출을 사실상 선언했음에도 현재의 제로금리를 장기적으로 끌고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고용시장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경기회복세가 미약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제로금리의 장기화는 미 경제의 인플레이션을 예고할 뿐만 아니라 가공할 금융위기를 잉태했던 자산 거품을 또다시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FRB가 긴축정책 전환을 결정하면 강력한 긴축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돼 장기간 초저금리의 단맛에 흠뻑 빠진 시장의 경우 거품이 순식간에 빠지면서 고통스런 조정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정부가 뿌려댄 11조달러의 유동성 잔치에 취한 미국 경제는 장기 저금리의 덫에 서서히 빠져드는 형국이다. FRB는 4일(현지시간) 11월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0~0.25%로 동결하고 기존의 긴축정책도 지속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이에 따라 제로금리가 오래갈수록 인플레이션 위험성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여 FRB가 희망하는 '출구전략'의 연착륙이 가능할지도 장담하기가 어렵게 되고 있다. 금리동결은 기정사실화됐기에 이번 FOMC에서 가장 관심 모아졌던 대목은 FRB가 통화 확장 정책을 수정하겠다는 힌트를 줄지 여부에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일부 언론에서 FRB 간부들이 긴축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정책수정을 시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면서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워왔었다. 그러나 FRB는 이번 성명서에서도 '이례적으로 낮은(exceptionally low)'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for an extended period)' 유지하겠다는 문구를 그대로 사용했다. 이 문구는 3월 제로금리로 낮춘 후 지금까지 달라지지 않고 있다. 페더워처(FRB 분석가) 사이에서 '상당 기간'의 의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6개월쯤이라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즉 FRB가 적어도 내년 봄까지는 금리인상 기조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날 달러약세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되면서 금값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온스당 1,098달러까지 치솟았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FRB는 이번에 금리인상 시기와 관련한 어떠한 힌트도 주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고용시장이 안정될 때까지는 금리인상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해석했다. 다만 FRB는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종전보다 다소 진전된 평가를 내렸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시장에 대해 경기침체 이후 처음으로 '확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FRB는 8월에 '안정될 조짐이 보인다'에서 9월에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로 수정한 뒤 이번에는 아예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로 확 바꿨다. 3ㆍ4분기에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끝내고 3.5%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반영한 경기 판단이다. FRB의 소비시장 해빙 진단을 두고 일각에서는 다음 FOMC가 열리는 12월이나 내년 1월쯤이면 문제의 '상당 기간'이라는 표현을 수정하면서 금리인상의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단 고용시장의 안정 여부가 FRB 정책 수정의 최대 관건이다. 당장 6일 발표될 실업률은 9.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미 행정부와 시장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만약 예상치를 벗어나 두자릿수로 치솟는다면 FRB의 긴축 신호는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내년 봄까지 실업률이 상승할 것이라며 금리인상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예상하는 견해가 우세하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FRB는 과거 네 차례의 경기침체기에 실업률이 정점에 달한 뒤 평균 12개월 뒤에서야 금리인상 모드로 전환했다"며 "그러나 일단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과거에 비해 급격한 긴축 정책을 펼 것"이라고 전망했다. FRB의 다음 행보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단 몇몇 단초는 곧 나온다. WSJ는 "벤 버냉키 FRB 의장이 뉴욕 경제클럽에서 연설하는 16일과 이번 FOMC 의사록이 공개되는 25일에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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