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넷 대란’이 남긴 교훈

지난 주말 전국을 강타한 “인터넷 대란`이 발생 사흘째를 맞은 어제(27일)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기면서 수습됐다. 일부 인터넷망에서는 아직도 이상 트래픽이 지속되고 있긴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거의 복구된 상태나 다름없다. 우려됐던 금융권의 인터넷 뱅킹과 증권사의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도 정상적으로 운영돼 천만다행이다. 사상 초유의 인터넷 마비사태는 비록 뒤 늦었다고는 하지만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대처와 주말이 겹쳐 일부업종을 제외하고서는 큰 피해 없이 마무리돼 모두들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인터넷 대국`으로 자처했던 우리나라에 큰 오점으로 많은 교훈을 남겨주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인터넷 대란`은 홍콩의 중국계 해킹 단체인 `중국 홍커 연맹`의 웜 바이러스 공격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단체는 지금까지 미국의 백악관을 비롯한 미 정부기관을 조직적으로 해킹한 전력이 있는 요 주의 단체로서 지난 주말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겨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것은 `구조화 질의어`(SQL)서버 등 MS의 기업용 솔루션(맞춤형 소프트웨어)이 안정성과 정보보호에 취약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MS는 이 같은 공격에 대비, SQL서버의 보안 패치를 올리는 등 경고를 했지만 적극적인 홍보부재와 정부ㆍ기업체 등의 보안불감증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인터넷 대란`은 어느면에선 인재(人災)가 그 빌미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대란`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사건ㆍ사고 치고 인재가 끼어있지 않은 적은 거의 없다. 한때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들은 것도 바로 이 인재 탓이다. 지금 인터넷은 국가의 기간 통신망이나 다름없다. 이 통신망에 문제가 생긴다면 국가전체의 정보시스템도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바이러스 하나에 마비될 정도로 보안이 허술하다면 문제가 여간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 재발을 방지토록 해야 한다. 지금 인터넷은 생활의 일부가 된지 오래다. 인터넷 대란이 지난 주말 오후에 일어났기에 망정이지 만일 평일에나, 또는 대학입시 철에 발생했더라면 끔찍한 상황이 빚어질 뻔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특별대책을 강구하도록 지시한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손해를 본 업체들이 많다. 각종 손해배상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이에 대한 대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한다. 이번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남문현기자, 박동석기자 moon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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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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