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천연가스 가격 급락…에너지업체 파산 증가
30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캐피털 IQ에 따르면 올해에만 파산 보호를 신청한 전 세계 에너지 관련 기업만 58개로 작년의 20개에서 크게 증가했다. 이는 금융위기로 95개 에너지 기업이 파산했던 2009년 이후 최대로 에너지 부문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지난 28일 기준으로 배럴당 36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달 11월과 12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을 기준으로 유가는 각각 10.60%, 8.52% 급락하는 등 연말 들어 유가가 하락세를 재개한 모습이다. 올해 WTI 가격은 30%가량 하락했고, 작년 6월 고점 대비로는 66%가량 하락했다.
이는 올해 전세계 원유 공급량이 수요를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하루 평균 원유공급량은 수요를 170만 배럴가량 웃돌았다. 천연가스 가격도 북미 지역의 따뜻한 날씨로 연료 수요가 줄면서 올해에만 23%가량 하락했으며 작년 2월 고점 대비로는 64%가량 떨어졌다.
최근 에너지 가격의 하락세가 가속화되며 에너지 관련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며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ETF 닷컴에 따르면 대표적인 투자부적격 회사채 ETF인 SPDR 바클레이스 고금리 채권 ETF와 아이쉐어스 아이박스 달러 고금리 회사채 ETF 가격은 올해 들어 각각 6.88%, 5.13% 하락했다. 12월 중순 고금리 회사채 금리와 국채금리와의 금리차도 2012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인 7%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는 고금리 회사채 가격이 그만큼 하락했다는 의미다.
◇ 美 천연가스업체 채무교환…에너지기업 우려 재점화
전문가들은 오는 1일 마감될 미국 천연가스업체의 채무교환이 향후 에너지 기업에 대한 우려를 높일지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천연가스업체 체사피크 에너지는 2018년까지 만기도래하는 무담보채권 30억 달러어치를 신규 채권으로 교환할 예정이다. 교환 마감 시한은 내년 1월 1일로 애초 이달 30일에서 연장됐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달 체사피크의 신용등급을 ‘B’에서 ‘BB-’로 강등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다. 천연가스와 유가가 과잉공급 전망으로 계속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체사피크의 수익성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S&P는 채권 교환을 위한 사전 응찰 결과 미상환 부채가 15억달러 가량 줄었으나 2017년까지 만기도래하는 25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도 지난 21일자 보고서에서 체사피크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유지하고, 회사의 사업이 낮은 원자재 가격으로 “지속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체사피크는 1989년 설립돼 미국의 셰일가스 붐에 힘입어 급성장해 엑손모빌 다음으로 미국에서 큰 천연가스 생산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천연가스 가격의 급락으로 회사는 올해 3개 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9월 말 기준 현금 유보금도 18억달러에 그쳐 채무 상환 우려를 키웠다. 회사의 부채는 116억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회사의 주가는 올해에만 78%가량 하락해 시가총액은 작년 114억달러에서 27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따라서 회사가 1일까지 채권 교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올해 만기도래하는 채무에 대한 우려가 재부각되며 관련업체에 대한 우려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