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강한 은행을 향하여] <1> 도약을 위한 변신

장기 비전 세우고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하라<br>경쟁업체 무작정 따라가는 '쏠림현상' 경계를<br>대출시스템등 효과적 리스크 관리체계 갖춰야<br>단기 업적주의 유발하는 경영환경도 개선 필요


[강한 은행을 향하여] 도약을 위한 변신 장기 비전 세우고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하라경쟁업체 무작정 따라가는 '쏠림현상' 경계를대출시스템등 효과적 리스크 관리체계 갖춰야단기 업적주의 유발하는 경영환경도 개선 필요 특별취재팀 이병관차장(팀장) 서정명 기자 우승호 기자 문승관 기자 김영필기자 comeon@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시티그룹 같은 세계 최고의 금융회사조차 생존을 위해 금융슈퍼마켓 모델을 포기할 정도다. 시트그룹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등 숱한 금융기업들이 글로벌 금융 쓰나미로 침몰하고 말았다. 외국보다는 낫지만 국내도 상황은 비슷하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자산 확대 경쟁은 이제 옛 이야기일 뿐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자본확충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내실을 다지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변신을 모색하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은행들로서는 어느 정도 출혈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은행권이 최근 들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자본을 최대한 확충하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런 위기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전주곡이다. 위기를 잘 넘기면 도약의 기회가 주어진다. 위기극복 과정에서 체질은 더욱 강화되고, 두터운 신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은 국내 은행들이 최근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맞는 데 필요한 과제를 기획 연재 기사를 통해 점검한다. 국내 은행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장기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방향타가 없다 보니 차별화 전략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정 은행에서 가계대출을 늘리면, 가계대출 확대 경쟁에 가세했다가 어느새 너나 할 것 없이 중소기업 대출에 뛰어든다. 이러다 보니 늘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이는 곧 버블로 이어져 금융불안, 나아가 실물경기 침체를 부추긴다. 금융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 원인으로 ‘쏠림현상’을 꼽는다. 장기적인 비전에 따라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기 보다는 똑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다 보니 금융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영비전을 먼저 수립해야=은행권이 건설 및 조선업체에 대한 부실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군집행동이 불러온 대표적인 시장실패 사례로 꼽힌다. 물론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는 많다. 상당수 미국의 금융회사들은 경쟁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에 나섰다가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금융회사들도 많다. 미국의 유에스코프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시장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다른 금융회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공략에 주력할 때 묵묵히 소매영업에 전력을 기울였다. 유에스코프는 현재 건전성과 수익성이 미국 상위 5위권에 들 정도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장기 비전을 세워놓으면 ‘뿌리 깊은 나무’가 될 수 있다. 경쟁 기업을 따라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특정 분야로의 ‘대출 쏠림’에 따른 시장실패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명확한 장기 비전과 함께 확고한 리스크 관리체계를 세우는 것도 도약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지금도 은행 내부에 대출을 심사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제도는 갖추고 있지만 효과적으로 작동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려면 영업부서 뿐만 아니라 리스크 관리부서 등에 보다 많은 힘을 실어주고, 발언권을 강화해줘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은행들이 내부통제장치를 구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영업위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건전성의 관점에서 보수적인 대출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국내은행의 경쟁력 제고와 글로벌화의 가장 큰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은행 내부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산업 환경도 개선 필요=국내 은행들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별 은행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내 은행산업환경을 정비하는 동시에 감독 시스템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개별 은행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쓰려고 해도 은행산업의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은행권의 단기 업적주의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은행장들의 임기는 3년 정도인 반면 부행장들은 1년 만에도 교체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심지어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 보니 단기 성과에만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중장기적인 은행 발전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은행장 입장에서는 고액연봉과 스톡옵션 등의 보상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외형경쟁을 펼치게 된다”며 “부행장들의 경우 임기가 1년도 안 되기 때문에 단기실적에 매달리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대출 등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은행들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많다. 국내 은행들이 인수 및 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우면서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 등 4개 주요 은행의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따라서 특정 은행이 움직이면 나머지 은행도 비슷한 움직임을 취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33개에 달했던 국내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18개로 줄어들었다. 특화 은행들을 키워내 국내 은행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 ‘쏠림현상’을 다소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성장 기회도 포착해야=금융위기가 끝나면 성장을 위한 기회가 온다. 그러나 이 기회를 잡으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무분별한 외형자산 확대 경쟁이 아니라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앞으로 외환은행 재매각, 우리은행 민영화 등은 은행권의 재편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울러 우수인력 확보도 필수적인 과제다. 지금은 금융위기로 투자은행(IB) 관련 인력 및 조직 등을 축소하고 있지만 이 분야는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가장 큰 수익을 가져올 분야이기 때문이다. 은행의 사정과 국제 경기 등을 감안해 해외진출에도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어느 경우에도 무리한 자산증대보다는 질적 성장에 우선순위를 둬야 함은 물론이다. ▶▶▶ 관련기사 ◀◀◀ ▶ [강한 은행을 향하여] 금융당국 독립성·신뢰성 키워야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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