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대한민국호(號)' 앞에는 암초가 널려 있다. 박근혜 정부의 '3기 경제팀' 선장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연초 인사청문회가 끝나자마자 구조개혁 이슈를 장악해야 기업과 국민들의 신뢰를 얻으며 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까지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따른 포퓰리즘 정책을 막아내면 5월부터는 지방대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가계대출의 돈줄을 본격적으로 옥죌 것이다. 9월에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은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에는 소비위축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2016년 국내에서 치러지는 가장 큰 이벤트는 뭐니뭐니해도 4월13일로 예정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다.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정치가 경제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경제가 정치 논리에 포획되면서 노동개혁, 기업 구조조정 등 미래 세대를 위한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유 후보자 등 새롭게 등장하는 3기 경제팀은 정치권의 포퓰리즘 민원을 막아내면서 구조개혁의 방향키를 단단히 잡는 것이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가뜩이나 2015년 말부터 소비절벽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이어서 새 경제팀의 행보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여의도발 불확실성 못지않게 5월부터 지방에 적용되는 '주택대출심사 가이드라인'은 주택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주택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지방의 경우 상환능력심사 강화로 대출을 받기 어려워져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2015년 12월에 이어 올 3월로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우리 가계와 기업의 빚 부담을 키우는 뇌관이 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저금리의 마취에 취했던 국내 좀비기업들은 금리 인상의 후폭풍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릴 확률이 높다. 지난 2008년 말 119조원이었던 회사채 발행 잔액은 2014년 말 266조원으로 123% 급증했고 가계부채는 2008년 말 724조원에서 2015년 9월 말 1,166조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9월에는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공직자가 1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과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는다. 적용 대상에는 국가·지방공무원,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 학교 교장 및 교직원, 언론인 등이 포함될 예정이어서 사회 전반에 메가톤급 태풍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촌 스포츠팬들의 열기를 달아오르게 하는 국제행사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6월부터 7월까지는 '유로 2016'이 열린다. 전 세계인의 축제인 제31회 하계 올림픽도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치러진다. 이번 올림픽은 올 한 해 수출부진에 허덕이던 국내 기업들이 오랜만에 특수를 누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미국 대선도 세계인들의 이슈를 집중시키는 초대형 이벤트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와 경제·외교·국방 등 다방면에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대선 결과는 국내 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올해는 우리나라 마천루의 새 역사가 써지는 날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롯데월드타워(555m)가 12월에 준공되며 이를 통해 총 10조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