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자금 이탈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쳐 있어 새해 국내 증시도 큰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지수를 추종하거나 특정 업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기보다는 실적 개선 여부와 성장 가능성 등을 기반으로 종목별 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서울경제신문이 31일 국내 주요 14개 증권사로부터 2016년 유망종목을 추천 받은 결과 삼성전자·LG화학·CJ E&M·동아에스티·코스맥스 등 10개 종목이 세 곳 이상의 추천을 받았다. 이들 종목을 소개한다.
●삼성전자, 제품경쟁력·사업다각화로 2분기부터 실적 개선 예상
삼성전자는 가장 많은 일곱 곳의 증권사가 유망종목으로 추천했다. 스마트폰 수요 둔화에 따른 메모리 수요가 주춤하고 중국의 메모리 산업 진출 등의 위협 요인도 있지만 제품 경쟁력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2016년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27조원 안팎이다. 1·4분기 바닥을 다진 뒤 2·4분기부터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증권가의 전망이다. 삼성전자를 유망종목으로 꼽는 또 다른 이유는 주주환원확대 정책이다. 배당금액을 늘리고 연간 지속될 자사주 매입소각이 주가를 받쳐줄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은 가용 현금흐름이 안정 국면에 진입해 주주 이익 환원을 확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LG화학, 전기차 시장 확대 수혜… 배터리사업 첫 영업익 기대
전기차 시장 확대의 수혜주로 꼽힌다. 2015년 4·4분기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실적 개선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올해에는 자동차용 배터리를 포함한 배터리 사업에서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적으로 21조원대 중반의 매출과 2조5,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현대증권은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LG화학이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모바일 전지 부문 매출 감소와 일부 모델의 재고 폐기 부분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CJ E&M, 中 영화시장 급성장 호재… 매출액 1조4,000억 전망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 영화 시장이 CJ E&M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박스오피스 규모는 2015년에만 50% 확대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합작영화들의 흥행 여부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 E&M의 2016년 연간 매출액은 1조4,143억원, 영업이익은 881억원으로 전망된다. 임민규 현대증권 연구원은 "방송 부문의 경우 기존 케이블 채널사업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방송 프로그램 중심으로 수익원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영화 부문은 2015년 1편에 불과했던 한중 합작영화가 올해는 3편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외형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 항생제 신약 글로벌 판매 확대… 경상기술료 수입 크게 늘듯
국내 개발 신약인 항생제 '시벡스트로'의 글로벌 판매 확대에 따른 경상기술료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국내외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천연물 신약 등도 새해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사업부의 고성장도 주목할 만한 투자 포인트다. 김주용 키움증권 연구원은 "박카스의 글로벌 유통채널 확대와 세계보건기구(WHO)로의 결핵치료제 원료 수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의 2016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6,235억원, 670억원이다.
●코스맥스, 해외매출 연 35%씩 고성장… 밸류에이션 부담 줄어들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해외 매출이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과 미국·인도네시아 등 해외 매출이 앞으로 3년간 연평균 35%씩 성장할 것"이라며 "높은 매출 성장세와 마진 개선을 통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 공장 생산 캐파(CAPA)가 2016년 말까지 6억개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사업 역시 중저가 화장품으로의 구조적 시장 변화로 20% 이상 성장할 전망으로 고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회사 측도 2016년 적어도 30% 이상의 매출 신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유가하락으로 수익성 개선… 최소 배당수익률 2% 추정
유가 하락과 석유제품 공급 과잉의 점진적인 해소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가 하락으로 정유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며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저평가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2016년에는 석유제품 공급 과잉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소 배당수익률이 2%로 추정되는 등 배당과 밸류에이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기아차, 신차 출시 효과 본격화… 원·달러 환율 상승 수혜도
올해 본격적인 신차 출시 효과가 기대된다. 올해 초 기아차의 대표 모델인 K7 신상품이 출시될 예정이고 2015년 7월과 9월 각각 새롭게 선보인 K5와 스포티지의 판매 속도에도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중국에서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위기감이 부각됐지만 가격 인하와 신차 출시 등을 앞세워 가동률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는 점도 낙관적이다. 기아차의 국내 공장 수출 비중이 전체 판매에서 40%를 차지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 상승시 수혜가 기대된다. 2016년부터 멕시코 공장 양산이 시작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미약품, 비만 치료제 등 개발 박차… 올 영업익 163% 급증할듯
한미약품은 지난해 일라이릴리·베링거인겔하임·사노피·얀센 등 대형 다국적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7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달성했다. 아직은 기술수출 단계이지만 임상실험이 거듭되고 상품화 단계에 도달하면 파이프라인(연구개발 프로젝트)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지는 동시에 각 제약사로부터 추가 수입을 얻게 된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2016년 한미약품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163.1% 늘어난 1,28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비만·당뇨·폐암 치료제 개발이 진전될수록 실적 및 기업가치는 향상될 수 있다.
●NAVER, 모바일 매출 확대로 수익성↑… TV캐스트·V앱도 성장세
전체 매출에서 모바일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또 네이버 TV캐스트·V앱 등 신규 서비스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016년 네이버의 모바일 검색 광고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9% 증가한 8,006억원, 모바일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액은 같은 기간 74.2% 늘어난 1,2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현대모비스, 멕시코 등 신규 공장 가동 " EPS 증가세로 돌아설 것"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2016년 현대모비스의 주당순이익(EPS)은 3만5,919원을 기록하며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대·기아차의 신차 판매 비중 확대로 대당 매출액 증가가 예상되는데다 멕시코 등 신규 공장 가동이 본격화하면서 핵심부품의 매출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고급차종에나 장착되던 첨단운전자시스템(ADAS)의 적용 범위가 양산차 급으로 확대되면서 현대모비스가 이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송종호·김연하·박민주·박준석·김창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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