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통령의 사과(사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 4주년을 맞아 국민들에게 머리숙여 사과했다. 사과는 과거 여러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가장 낮은 자세로 국민 앞에 서기는 처음이어서 국민들도 「처절 참담」하기는 마찬가지의 심정일 것이다.대통령은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임기 1년의 대통령에 취임하는 자세로 나머지 1년을 잘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간적인 고뇌도 엿보였다. 「반성과 사죄」에서 끝나지 않고 앞으로 1년간의 국정 방향을 부정부패척결, 경제살리기, 안보태세 강화, 대선의 공정·엄정 관리 등 4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치자금법·선거법 개정, 인사개혁·금융개혁·고비용 저효율구조개혁·투자의욕 고취 등 추진 방안도 밝혔다. 비교적 진솔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평가된다. 늦기는 했지만 대통령이 이제라도 총체적 위기 상황에 놓인 현실을 인식하고 처방 방향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라 하겠다. 사과를 통해 국민 마음의 상처를 씻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실천이다. 4가지 과제의 실천만이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드는 길이다. 그럼에도 미흡한 구석이 남는다. 그것은 한보비리와 관련, 구체적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출발의 첫 열쇠는 한보사태의 완벽한 정리다. 위기극복의 첫 관문은 한보의혹의 해소다. 대통령 스스로 「농락당한 느낌」을 가질 정도로 한보비리에 감춰진 부정부패는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 그래서 정치 경제 사회에 쉽게 치유하기 어려운 파장을 일으키고 총체적 위기 국면을 불러온 것이다.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가 있었지만 의혹은 증폭되었고 검찰에 대한 불신도 심화되었다. 검찰수사를 믿지 않고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 담화의 진실성을 실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본떼있는 국회청문회와 특별검사제를 통한 전면적인 한보 재수사가 뒤따라야 한다. 국회청문회에는 증인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된다. 「아들의 허물」을 사과하고 책임이 있다면 응분의 사법적 책임도 지도록 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누구라해서 청문회 증인 출석을 못할 것 없을 것이다. 특히 특별검사제야말로 중립적으로 한보비리의 출발부터 끝까지 진실과 실체를 밝히고 의혹을 풀 수 있는 길이다. 검찰수사에선 밝히지 못해 의혹으로 남겨진 부분이 너무 많다. 그래서 「설」이 난무하고 의혹은 의혹대로 깊어지면서 불안과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철씨를 비롯해서 의혹과 설의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도 특별검사제의 조사를 통해 혐의로부터 자유스러워 질 수가 있다. 특검제를 거부하면 거부할 수록 그 의혹의 짐을 무겁게 지게 될뿐이다. 대통령의 담화가 위기를 벗어나 새출발의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여기에 한보의혹이 걸림돌로 남아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털어 버리고 정리할 것은 뒤탈 없게 조속히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1년동안 경제살리기 부패척결 안보태세 강화 대선 엄정 관리에 전념할 수 있다. 실기하지 않도록 또 한번의 결단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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