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국내 경제는 어느 때보다 험난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 본격화, 국제유가 하락 세 등으로 수출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개별소비세 인하로 소비가 앞당겨 집행되는 등 내수도 시원치 않아 경제성장을 '외끌이'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기업·정부 등 3대 경제주체의 부채도 크게 늘어 리스크를 관리하는 '빚과의 전쟁'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리한 단기 부양정책을 쓰기보다 구조개혁, 신성장산업 육성 등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출 60년 만에 2년 연속 마이너스 가능성=지난해 최악의 나날을 보낸 수출은 올해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미 금리 인상, 유가 하락, 중국 등 신흥국 경기 둔화, 세계 각국 통화정책의 대분열(그레이트 디버전스)에 따른 실물경제 불안 등 악재만 산적해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0.7% 감소(통관기준)할 것으로 봤으며 낙관적 시각을 가진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3%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수출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 때도 없던 일이며 지난 1957~1958년 이후 약 60년 만에 처음이다.
◇소진된 소비여력…내수도 약하다=정부는 올해 수출이 회복되기 어렵다 보고 내수 중심의 성장세를 이끌 방침이지만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일단 민간소비는 기름값 하락이 긍정적 요인이지만 이를 압도할 부정적 요인이 너무 많다. 개소세 인하로 올해 나타날 자동차·가구 구매가 이미 이뤄졌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또 열 계획이지만 '세일의 만성화'로 2015만큼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고령화와 장기성장 기대 저하 등 구조적 요인으로 소비성향이 낮아지는 현상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비투자도 마찬가지다. 실적악화, 경기 불확실성으로 용기 있게 투자를 늘릴 기업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급증한 주택분양에 건설투자가 늘어나겠지만 전체 내수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2% 중후반이지만 체감경기는 훨씬 나쁠 것으로 보인다.
◇3대 경제주체 빚 눈덩이…금리 상승기 뇌관 우려=리스크 요인은 점점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015년 3·4분기 현재 가계부채는 1,166조원으로 1,200조원에 육박했다. 이 중 약 70%가 변동금리여서 미 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 일부지만 파산하는 가구도 나올 수 있다. 공공 부문 부채(D3·중앙·지방정부, 비영리 공공기관, 비금융공기업)도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106%로 신흥국 중 4위(IIF·국제금융협회)에 오를 정도로 높아 정부·기업의 이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인당 소득 올해도 2만달러 탈출 어렵다=1인당 국민소득은 올해도 2만달러에서 탈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은 낮은 성장세, 원화 약세 등을 고려해 2만7,200달러로 내다봤다. 2006년 첫 2만달러 돌파 이후 11년 연속 2만달러 벽에 갇힌다는 이야기다. 계속 쌓여만 가는 '불황형' 경상흑자도 올해 또한 1,0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으며 물가는 1%대 초반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시장은 가계대출 심사 강화, 공급과잉 우려로 2015만큼의 활황을 보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구조개혁이 지속돼야 하며 신성장동력 확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연구위원도 "3%대 성장목표를 맞추기 위해 정부가 단기적 경제활성화 정책을 쓰기보다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확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여가 문화, 의료 등 내수 서비스 산업이나 신성장 산업에서 규제개혁과 지원정책을 통해 미래 성장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