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있다고 지방자치가 되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경제 지방자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의 한 자치구 부구청장이 쓴 '사례별로 본 미국의 지방행정(한국학술정보㈜ 펴냄)'이란 책이 부산 등 각 지방자치단체의 '러브콜'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이 책에는 경제ㆍ행정ㆍ교통 등 다양한 분야의 미국 행정이 서울시의 행정과 비교돼 있다. 저자는 서울시 초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서울종합홍보센터 관장으로 근무했던 박용래(54) 관악구 부구청장. 그는 서울시 안에서도 '국제화된 공무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박 부구청장은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는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킬 동력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LA시에서는 판매세(부가가치세)의 일부와 호텔 숙박세 전체가 LA시로 들어온다"며 "이 때문에 LA시는 물건이 더 팔리게 하려 노력하고 공항에서 관광객들의 불편한 점은 없는지 수시로 점검하는 등 지자체가 직접 도시의 경쟁력을 갖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부가가치세 등 '실물 경제'의 세금 일부를 지자체에 나눠줌에 따라 해당 지자체가 지역경제에 발벗고 나서게 된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는 항만ㆍ공항ㆍ컨벤션센터 등을 모두 지자체가 관리한다"며 "경제의 기반이 되는 지역의 물류 시스템을 각 지자체가 운영함에 따라 더 많은 고객 유치를 위해 지자체가 직접 뛰게 되고 이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배로 창출된다"고 말했다. 박 부구청장은 또 공무원들도 이제 '국제화'된 능력과 마음가짐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가 체결됨에 따라 이제 도시와 도시간의 교류의 문도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며 "공무원들이 법규와 제도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영어를 배우고 인터넷을 통해 외국의 우수 행정사례를 스스로 찾아 활용할 줄 아는 국제화된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6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박 부구청장은 서울시에서 국제교류과장ㆍ투자관리과장 등을 거쳤고 양천구와 성동구 부구청장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서울 시립대에서 '대도시 정부의 국제 교류 실태와 활성화 방안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는 등 '공부하는 공무원'의 표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