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증시 하락이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어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증시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내수와 투자에서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핵심주역이었던 수출과 IT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종합주가지수가 하반기중 600대 초반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 IT경기 정점도달, 수출은 위축
한국은 IT 강국이며 이 분야에 대한 의존도 역시 매우 높다.
문제는 지난 2001년 바닥을 찍고 탄탄하게 상승세를 지속했던 IT분야가 조만간정점에 도달한 뒤 하강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IT분야가 하강하면 전반적인 수요는 줄어드는데 비해 기업들은 생산을 줄이지못해 재고가 쌓이게 된다.
더욱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대국들이 그동안 IT분야를 선봉에 세워 경제를키워왔기 때문에 IT분야의 위축은 세계경기 전반의 하강을 의미한다. 게다가 미국의감세 정책, 금리인하 조치 등의 효과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경제의 위축은 한국의 수출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내수.투자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수출에 의지해 버텨왔던 한국경제는올해 4.4분기부터 뚜렷한 문제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송학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면서 "고용창출력이 약한 IT비중이 높은 데다 갈수록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으로 투자가 빠져나가고 있어 중장기적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경제위기는 아닌가
현재의 경제상황이 금융위기 등 경제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은 편이다.
세계경기의 흐름상 한국의 경기상태가 위기 수준으로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데다 한국의 정부나 금융기관들이 어느정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거시경제팀장은 "부동산가격은 담보대출이 대규모로 부실화될수준으로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중소기업 대출 부실도 정부의 각종 지원 등으로 통제할 수 있다"면서 "과거 대기업 부실에 따른 위기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유가가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려면 배럴당 50달러∼60달러선까지 올라가야 하지만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유가는 30달러 초반선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 지수 60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
그러나 다수의 증시전문가들은 경제가 위기상태에 빠지지 않더라도 지지부진한상태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가 하반기중에 600대 초반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출과 이익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데다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외국인자금에 크게 의존할 수 없고 내수.투자 부진으로 국내자금이 주가를 끌어올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중에 종합주가지수는 620∼630선까지 밀릴 수 있다"면서 "이 정도지수대는 배당수익률이 3%가량에 이르는 수준이어서 저점 매수에 들어갈 수 있다고본다"고 설명했다.
임송학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경기흐름으로 판단하면, 종합주가지수는 600대 초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4.4분기 초에 단기 반등 가능성도 있지만 추세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