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 목표제’를 도입하면 콜금리의 변동성이 커지고 시중자금의 수요예측도 힘들어져 은행들이 지급준비금을 맞추기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콜시장에서 여유자금을 운용해 안정적 수익을 챙기던 자산운용사와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은 콜금리 변동성 확대로 자산운용 전략에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한은이 RP금리목표제 도입을 계기로 자산운용사의 콜시장 참여를 원천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콜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했다. 한은이 정책금리를 한은과 금융기관이 거래하는 RP금리로 변경하겠다는 것은 콜금리가 시장상황을 반영해 민감하게 움직이도록 하고 은행들이 지급준비금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도록 유도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최종 세부안이 확정될 때까지 일단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지급준비금 쌓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지준금을 맞추기 위한 비용이 더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나은행의 자금관리 담당자는 “한은이 콜금리 목표금리를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매일매일 조달해야 하는 돈의 기준금리가 없어지는 셈”이라며 “7일짜리 금리를 기준으로 하루짜리 금리를 정하다 보면 가격 편차가 커져 비싸게 빌리거나 싸게 빌려주는 등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콜금리 변동성 확대가 은행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의 지준 담당자는 “7일마다 한번씩 RP가 공급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시장 자금사정을 예측하기 힘들다”면서 “예측이 안되니까 미리 준비에 나서면서 비싼 비용으로 조달하거나 자금을 많이 남겨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지준금을 거의 비슷하게 맞췄지만 내년부터 여유 있게 맞추다 보면 자금이 남아 페널티성 금리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자금중개의 한 관계자는 “RP금리목표제를 도입하면 한은은 콜금리가 목표보다 높다느니 낮다느니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며 “하지만 은행은 기준금리가 하루에서 일주일짜리로 길어지면서 예측이 힘들어져 겜블링(도박)하는 기분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금은 한은이 시장상황에 따라 수시로 RP를 매도하거나 매수했지만 내년부터는 은행이 RP를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1주일에 한번으로 줄어들어 정확한 자금수요 예측이 요구된다. 콜시장에서 자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도 수익의 변동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RP금리목표제 도입으로 콜 금리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익성의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자금시장 예측이 어렵게 되면서 자금시장에 대한 정확한 수급예측이 수익성에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RP금리목표제가 은행의 예금과 대출 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재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의 자금거래 행태는 큰 변화가 있겠지만 예금과 대출 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제도가 시행돼봐야 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