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후 우리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3년 자사주 취득을 공시한 상장사는 총 256개로 취득금액이 전년 대비 35% 증가한 10조원에 육박한다. 이에 비해 자사주 처분은 1조7,000억원에 그쳐 자사주 순매수(취득에서 처분을 뺀 것) 규모는 전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4월 이후 증시가 조정을 겪으면서 지난해에 비해 다소 열기가 식은 듯하지만 최근까지 자사주 순매수 규모가 2조6,000억원을 넘어서며 이미 2002년 한 해의 순매수 규모를 크게 초과하고 있다.
왜 우리 기업들은 이렇듯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는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일반적인 목적은 시장에 대해 소위 시그널링 효과(Signaling Effect)다. 기업을 잘 알고 있는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웅변해 적정수준으로 주가를 회복시키려는 것이다.
또 다른 목적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의도다. 우리 시장에서 외국인 주식보유비중이 40%를 초과하면서 경영권에 위기를 느끼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문제는 매입한 자사주를 무작정 보유할 수만 없다는 데 있다. 자사주 매입은 부채비율을 높여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고 투자해야 할 자산이 유출됨으로써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기업이 자사주에 현금을 지출하는 것은 수익성 높은 투자대안의 부재를 시사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부정적 신호가 될 수도 있다. 더욱이 요즘처럼 주가가 약세일 때는 평가손실 증가도 큰 부담이고 자사주 매각시 시장충격까지 감안한다면 자사주의 처분은 매입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자사주 처분계획(Exit Plan)까지 상세하게 검토하고 매입에 나서는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자사주의 처분은 매입 이상으로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최근 몇몇 성공사례에서 보듯이 금융공학을 이용한 주식유동화(Equity Monetization)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의 목적은 효율적인 처분이 완료된 후에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