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가진 기업인들과의 ‘마지막 단체 회동’은 화기애애하면서도 진지하게 진행됐다. 특히 삼성과 LGㆍ현대자동차ㆍSK 등 4대그룹 총수들은 최근의 경영환경은 물론 눈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주제인 경제 공동체 방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회의 시작 20분 전 일찌감치 도착한 이건희 삼성 회장은 10대그룹 회장들을 일일이 찾아가 악수를 나누면서 인사했다. 이 회장은 특히 박용성 두산 회장과 어깨를 맞댄 채 웃음을 주고받으면서 1분여에 걸쳐 밀담을 나눠 눈길을 끌었다. 이 회장은 기자들이 ‘지금 한국 경제가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분야가 뭐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대해 인재개발과 연구개발(R&D), 규제완화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이 회장은 특히 ‘규제완화’를 강조하면서 “(현재) 규제완화가 안 돼 있다기보다는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면 선진국으로 빨리 갈 수 있다”면서 “아직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안 됐다. 앞으로 잘만 하면 3만달러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부와 기업ㆍ국민이 힘을 합쳐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도 모으고 열심히 했다”면서 “규제완화는 선진국이 하는 것을 보면 다 나와 있다. 교과서”라며 거듭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뼈 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남북 경협사업을) 사업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가와 한반도 민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개별 공장, 경영권 등 이런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올 하반기 경영환경을 묻는 질문에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올해 삼성은 계획했던 경영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도체가 조금 부진하지만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며 목표달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사관계에 대해 이 회장은 “99%는 잘 하고 있지만 1%가 문제”라며 경직된 노사관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여타 그룹 회장들도 정상회담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번이 첫 방북인데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경협사업이 있느냐’는 질문에 “만들어봐야죠. 만들어보겠습니다”며 정상회담에서 모종의 사업을 계획 중임을 시사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회의 시작 전 기자와 만나서는 최근의 내부사정을 감안한 듯 입을 열지 않았지만 회의장에서는 정상회담의 성공을 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하반기 경영환경을 어떻게 보느냐.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특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구본무 LG 회장은 회의에 임박해 도착했으며 회의장에서는 정상회담 등에 대해 나름대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