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공무원 증원의 명분과 실제

지난해 어느 기초자치단체의회 의장에게서 들은 얘기가 떠오른다. 그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주민 수가 줄어들어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빠져나가고 노령층의 자연감소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해마다 수천명씩 주민 수가 줄어드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구 감소는 대부분의 농촌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니까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 대목이다. 주민 수는 줄어드는데 지방공무원, 또는 준공무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 진짜 걱정이라는 것이다. 지방공무원 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선거도 한 가지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선거를 하다 보니 신세진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공무원 수 증가 요인이라는 분석이었다. 공무원 수가 늘어나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지만 행정 서비스의 대상인 주민 수는 계속 줄어드는데 공무원 수만 자꾸 늘어난다면 그 지역의 미래가 밝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참여정부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공무원 증원계획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공무원인력운용계획에 따르면 중앙공무원 수를 매년 1만명씩 앞으로 5년 동안 5만1,222명을 늘린다는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4만8,449명의 증원에 이어 올해도 1만2,317명을 늘릴 예정이어서 참여정부 5년 동안 중앙공무원 수는 6만여명이 늘어나게 된다.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많은 숫자다. 이 같은 공무원 증원은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가 과거 성장에서 복지로 무게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사회 서비스 확충이 주된 이유로 제시된다.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되는 고용센터의 직업상담원, 근로장려세제 인력 등도 공무원 증원의 요인이다. 공무원 수가 늘어난다는 것 자체만 가지고 좋다, 나쁘다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역할이 과거의 경제성장에서 복지 환경 안전 등으로 전환됨에 따라 새로운 행정 서비스를 위한 인력 보강의 필요성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경제 관련 예산 비중이 20% 이하로 낮아진 대신 복지 관련 예산 비중이 30% 수준으로 대폭 높아지면서 이를 집행하기 위한 새로운 인력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극화 심화와 급속한 노령화 추세 등과 같은 새로운 환경 변화에 비춰 사회적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공무원 수 증가는 곧 큰 정부로 이어져 국민과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공무원 수를 줄이고 정부 조직의 슬림화가 경제활성화의 주요 수단으로써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경제가 어려운 우리의 경우도 ‘작고 효율적인 정부’에 대한 요구가 매우 강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국제기관의 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우리나라 정부를 비롯한 공공 부문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공무원 수 증가와 이로 인한 정부 비대화에 대한 거부감이 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비록 선진국에 비해 사회적 서비스를 위한 공무원 수가 적다고 해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고 복잡한 정부 조직을 가지고 있다. 공직자는 서비스 제공자라기보다는 규제자, 감독자라는 뿌리 깊은 인식도 공무원 수 증가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보인다. 국민을 위한 봉사를 다짐하고 실제로 늘어나는 공무원이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서비스 업무를 맡는다 해도 여전히 고질적인 관존민비라는 구시대적 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보면 공무원 증원이 필요하다면 공무원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인식부터 호의적으로 바꾸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는 정부 조직과 인력을 과감하게 재배치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공무원을 늘리지 않고 필요한 일을 해내는 방안이 최선이다. 주민 수는 감소하는데 파킨슨의 법칙만 작동하는 지방자치단체 꼴이 돼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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