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親기업환경 조성 투자의욕 북돋워야

내년 세계경제 성장세 지속·정부도 투자필요성 인식<br>소비 소폭만 회복해도 내수업종도 신규투자 나설듯

전문가들은 투자설비 10년 주기설을 펼친다. 아무리 정비와 개보수를 하더라도 최신 설비가 10년 이상 가지 못하고 새로운 투자로 설비를 교체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금 생산현장에서 힘차게 가동되고 있는 한국 주력산업의 설비는 외환위기 이전인 지난 90년대에 신규로 설치됐고 일찍이 설치된 것은 이미 교체시기를 지났으며 내년에 대규모 교체물량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기업이 전체적으로 더이상 투자를 늦추다가는 낡은 기계로 생산을 해야 하고 따라서 국제경쟁력에서 뒤지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투자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업에 실탄(현금)이 사상 최대로 쌓여 있고 싼 이자로 더 많은 실탄을 확보하는 일도 쉽다”며 “투자주기상 기계는 노후화될 시점이어서 내년 중 소비회복 등 약간의 모멘텀만 주어진다면 내수기업들도 신규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명기 한국은행 조사국 부국장은 “수출이 여전히 잘되고 있고 세계경제가 내년에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대기업들의 자금여력이 풍부하고 자금조달 비용도 낮다. 정부에서도 투자 활성화 필요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설비투자 여건이 매우 좋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경기침체로 기업투자가 위축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설비투자가 서서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소폭이나마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대규모로 시행될 예정인 ‘한국판 뉴딜정책’ 등 정부의 투자 활성화 방안이 나오면서 올 4ㆍ4분기부터 설비투자가 의미 있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종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제조업의 가동률이 80%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는 풀가동이나 마찬가지”라며 “신규투자가 일어나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은 ‘2005년 경제전망’을 통해 민간소비가 내년 중 소폭 회복하면서 설비투자도 연중 1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투자 조정압력(생산 증가율-생산능력 증가율) 증가 ▦기업의 현금보유 사상 최대 ▦저금리로 인한 자금조달 비용 사상 최저 등 투자여건은 무르익은 상황. 여기에 내년 중 다소나마 민간소비가 회복될 것으로 보여 내수 관련 업종의 신규투자도 내년 중 회복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심스런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집계한 총고정자본 형성 중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2ㆍ4분기 0.6% ▦3ㆍ4분기 -5.0% ▦4ㆍ4분기 -2.4% 등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해 1ㆍ4분기 -0.3% ▦2ㆍ4분기 6.2%로 최근 플러스 반전됐다. 통계청이 2000년을 기준으로 집계한 설비투자 추계 지표에서도 지난해 ▦2ㆍ4분기 0.2% ▦3ㆍ4분기 -6.4% ▦4ㆍ4분기 -5.3% ▦올 1ㆍ4분기 -3.8% ▦2ㆍ4분기 2.5% ▦3ㆍ4분기 2.1% 등 투자 증가세가 감지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경련이 발표한 11월 투자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01.5로 상승하며 전년 대비 증가율도 2.6% 높아져 기업들의 실질적인 설비투자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조성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더욱이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투자 계획도 발표돼 더이상 내수 부문의 침체가 확산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중 설비투자가 가시적인 회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대기업과 달리 내수 관련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투자가 부진하지만 최근 중소기업들의 연구개발(R&D)투자 추세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이들의 투자회복 속도는 더욱 빠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 중소기업 중 R&D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의 비중은 매우 미미하지만 중소기업의 R&D투자 증가세는 대기업들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기업들의 R&D투자가 현 수준에서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R&D투자 증가가 빠르게 확산, 전체 기업의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과거와 같이 30~40%에 이르는 높은 증가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내용 면에서 고용유발 효과가 크지 않은 R&D투자 비중이 높은 것도 예전과는 다른 점이다. 김 금통위원은 “투자가 살아나도 기계ㆍ설비보다는 R&D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때문에 예전 수준의 고용ㆍ소비 유발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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