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까지 외국계 보험사에 근무했던 김모(40)씨는 하루 14시간 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정해진 식사시간도 없이 햄버거와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고 잦은 회식과 술ㆍ담배에 찌들어 생활했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목숨을 위협하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심근경색. 30대 중반 젊은 나이에 심장혈관이 막혀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 오는 신세가 됐다. 급히 심혈관도자술로 막힌 혈관을 뚫어 위기는 넘겼지만 다른 혈관까지 좁아져 동맥경화 위험성이 있었다. 결국 그는 의사의 권유로 직장을 그만 두고 튀긴 음식과 고기를 피하면서 콩ㆍ생선ㆍ신선한 과일ㆍ저지방 우유를 섭취하면서 하루 30분 이상 꾸준하게 운동을 했다. 지금 그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막혔던 혈관도 점차 회복되고 있다.
고대 구로병원 오동주(심혈관센터ㆍ02-818-6891) 교수는 “잘못된 습관으로 오는 성인병(생활습관병:암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고혈압 등)은 20대도 예외가 아니다”면서 “그러나 김 씨처럼 과일ㆍ야채ㆍ곡물 등을 섭취하고 꾸준하게 운동을 하면 재발과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3대 사망원인 암ㆍ심장병ㆍ뇌졸중은 환경-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주지만 평소 생활습관이 절대적이라는 것이 전문의들의 시각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은 음식을 먹는 습관, 기호품, 휴식 및 운동법 등 부적절한 습관으로 발생하거나 악화된다. 이러한 질환은 나이가 먹으면 누구나 오는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어릴 때부터 좋은 습관을 들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암도 마찬가지다. 유방암은 식물성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서 술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33~50%는 예방할 수 있다. 이러한 습관은 사춘기부터 시작해 평생 지속하면 가장 효과적이다.
대장직장암도 다량의 채소와 육류제한, 규칙적인 운동과 금주로 66~75%는 예방할 수 있다. 폐암의 주원인은 흡연이지만 충분한 채소ㆍ과일섭취로 20~33%는 낮출 수 있다. 위암역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이 큰 역할을 하지만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고 소금저린 음식을 피하면 66~75%는 예방할 수 있다.
심장병과 뇌졸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흡연ㆍ고혈압ㆍ고콜레스테롤혈증ㆍ당뇨를 잘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의 경우 소금은 하루 6㎎이하로 섭취하고 과일과 야채를 매일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유는 저지방으로, 칼륨(과일과 야채에 풍부)은 하루 3.5㎎이상 늘린다.
혈중 콜레스테롤은 포화지방과 트랜스 지방의 섭취가 많을 때 상승한다. 포화지방이란 육류에 있는 기름. 우유나 일부 견과류에 있고 트랜스 지방은 튀긴 음식, 과자류, 패스트푸드에 많다. 따라서 이들 음식은 제한하는 것이 좋다.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 있는 호모시스테인도 올바른 식습관으로 수치를 꺾을 수 있다. 많은 연구에서 협심증과 뇌졸중 발생이 혈중 호모시스테인을 감소시킴으로써 줄일 수 있다고 확인되고 있다.
호모시스테인의 혈중 레벨을 떨어뜨리는 물질은 비타민 B6, B12와 비타민B 종류의 하나인 엽산이다. 일본 최장수마을 오키나와 노인들의 경우 고혈중 콜레스테롤과 호모시스테인 수치를 떨어뜨려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80%나 낮출 수 있었다.
고혈압ㆍ당뇨ㆍ심장병ㆍ암 예방수칙은 거의 유사하다. 바로 야채와 과일, 곡물, 콩류 섭취를 권장하는 것이다. 최근 동맥경화와 암의 발생기전 일부가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에 의한 혈관손상과 세포 DNA 변이에 대한 학설과 여러 증거가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야채ㆍ과일ㆍ곡류에는 항산화제인 후라보노이드, 폴리페놀, 파이토에스트로겐, 비타민C, 카로테노이드, 엽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동맥경화와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야채 과일 곡류 섭취가 많은 주민들의 경우 심장병과 암 발생이 낮다는 것은 많은 역학연구에서 증명됐다.
오동주 교수는 “암과 심혈관질환은 생활습관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좋은 식습관을 가지면 심혈관질환을 40% 줄일 수 있고 적절한 운동과 금연이 함께 이루어지면 80%까지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암은 야채와 과일을 매일 5번 이상 먹는 것으로 20%를 예방할 수 있고, 이 상태에서 금연을 하면 50% 이상 줄일 수 있다.
[생활습관병의 의미ㆍ예방수칙]
고혈압ㆍ당뇨병ㆍ비만ㆍ고콜레스테롤ㆍ동맥경화증ㆍ심장병ㆍ뇌졸중ㆍ알코올성 간질환 그리고 폐암과 호르몬성 암(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질환은 연령과 비례해 걸릴 가능성이 높고 개인 생활습관 개선으로 예방은 물론 악화까지 막을 수 있다. 풍요한 사회에서 시작된 증후군은 문명병이란 이름의 병을 가진 새 인류를 탄생케 한 셈이다.
특히 선진국에서 확산되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97년 후생성이 발표한 생활습관질환의 국민의료비 점유율이 32.4%(75조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앞으로 생활습관병에 대한 의료비 지출이 40% 이상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방은 하루 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평생 적합한 음식과 좋은 생활습관이 길들여져야 한다. 가공식품, 염장식품, 탄 음식의 섭취를 줄이는 노력을 하면서 다양한 과일과 야채를 하루 5번 이상 먹고 곡물섭취를 늘리는 것이 기본이다.
우유는 저지방을, 콩과 생선 섭취량을 늘리고 기름기 적은 고기를 선택한다.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적당히 견과류를 섭취한다. 이 과정에서 튀긴 음식은 반드시 줄이거나 끊어야 한다.
과음ㆍ흡연은 건강을 해치는 최대의 적이다. 그러나 하루 1~2잔의 와인은 관동맥질환을 30~40% 감소시킨다. 금연을 하고 하루 30분 이상 걸으면서 적절한 휴식과 여가생활을 즐기면 금상첨화. 음식은 충분히 씹고 아침 기상 후 화장실에 가는 습관은 건강을 지켜준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