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3,252만弗 작년보다 倍이상 급증<br>日수출 무려 3배나 늘어 亞판매 초강세
| 지난 6월 일본 현지서 열린 '태극기 휘날리며'의 개봉 축하연에서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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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한국영화의 수출 실적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서는 등 국내 영화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마리아’와 ‘올드 보이’가 각각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과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의 연이은 낭보와 함께 세계 속 ‘한국영화 전성시대’를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영화의 해외 진출이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영화사들의 ‘수출가 조작 의혹’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자칫 국내 영화의 해외 경쟁력마저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04년 상반기 한국영화 수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영화 수출액은 3,252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491만달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지난 해 국내 영화 총 수출액(3,097만달러)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 연말까지 6,0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특히 올해는 아시아 지역 강세가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아시아 지역에선 2,535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거두면서 전년 대비 153% 증가했고 특히 일본에선 지난해(799만 달러)보다 3배 늘어난 2,24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러한 수출 증가는 현지 흥행으로 이어졌다. 일본에서 6월 개봉한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모두 흥행순위 5위권 안에 들었고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개봉 후 11일 동안 658만 홍콩달러를 벌어들여 6월9일 ‘스크린 인터내셔널’지가 선정한 세계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또 일본에서 5억엔 이상의 수입을 거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는 드라마 ‘겨울연가’로 폭발적 인기를 모은 배용준의 ‘스타 마케팅’이 먹혀 든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통계로 드러난 수출 실적에 대해 영화계 일부에선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달 일본에 500만 달러 이상에 판매된 것으로 발표된 한 영화는 실제 수출가와 발표 수치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는 수출가에 미니멈 개런티와 함께 현지 P&A(프린트 제작 및 홍보)비용이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진위 자료가 실제 입금액이 아닌 판매사들의 계약금액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은 이 같은 현실이 반영된 사례다. 영화가 수출되면 미니멈 개런티의 20%가 계약 후 1~2개월 안에 지급되고 나머지는 개봉 이후 들어오는 게 영화계 관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봉 연기 등을 이유로 잔금 지불이 늦어지는 사례가 종종 있고, 유럽 등 한국영화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선 수입을 하고도 P&A비용 부담 때문에 상영이 아예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영진위 관계자는 “영화사들이 수출 소식을 적극적으로 홍보에 이용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측에는 계약 금액을 알리길 꺼리고 있다”며 “실제로 수입가가 부풀려졌다 해도 영진위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영화계 일부에선 이제는 판매 실적보다 현지 배급ㆍ홍보에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에 일면 공감하고 있다. 영화사의 한 관계자는 “수입가를 조금 덜 받더라도 현지 흥행이 성공해야만 재구매가 이뤄진다”며 “판매사들도 높은 가격만 받으려는 일차원적 세일즈를 넘어서 한국영화의 향후 판로를 고려한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