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3·30 대책' 과 40대의 한숨
최석영 부동산부 차장 sy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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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강남에 집 살 생각은 버려야겠지. 그래도 아내는 애들 교육 때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데 말이야. 애들도 커가고 노모도 계신데 집을 넓히려면 수도권 외곽으로나 나가야겠지. 판교, 거긴 ‘로또’라는데….”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와 주택담보 대출을 소득과 합쳐 대폭 제한한다는 내용의 ‘3ㆍ30 부동산대책’이 나온 이튿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소주 한잔에 풀어놓은 푸념이다. 친구는 20년 가까이 중견기업에 다니며 부장직위에 올라 어느 정도 사회적 기반도 잡았다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40대 가장이다.
하지만 그에게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는 주거 문제다. 그를 포함한 우리나라 40대에게 집 장만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아이들의 교육문제가 걸려 있다. 우리나라처럼 학벌이 사회를 지배하는 풍토에서 명문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학교와 학원이 위치한 지역에 집을 장만해야 한다. 경기도 지역이 완전 평준화된 수년 전 분당과 일산 등 신도시에서 몰려드는 수요로 서울 강남 집값이 폭등한 것이 이를 잘 방증한다.
다음으로는 재테크에 대한 고려다. 봉급생활자들이 안전하게 택할 수 있는 재테크 방법 중 으뜸은 현재로서는 부동산밖에 없다. 주식투자를 했다 패가망신했다는 사람은 여럿 봤어도 IMF 시절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부동산을 사놓았다가 손해를 봤다는 이는 찾기 어렵다. 또 월급쟁이들에게 집은 노후 보장용이다. 국민연금이 의심스러워 개인연금까지 붓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믿는 구석은 평생 모은 재산을 투자한 집이다.
그래서 넉넉한 자금이 없으면서도 기를 쓰고 투자수익이 높다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사려 기웃거리고 입지 좋은 신도시 청약에 줄을 길게 늘어서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오로지 부동산값을 잡아야겠다는 집념으로 그 같은 이들을 투기꾼으로 치부하며 이제는 대출까지 막아버리겠다고 한다. 능력도 되지 않는 월급쟁이가 왜 굳이 강남으로 가려고 하느냐, 값싼 동네에 집을 장만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것 같다.
부동산값을 안정시켜야 장기적으로 국가에 도움이 되고 서민들이 집 장만도 쉬워질 것이라는 대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국자들이 이번 대책을 접하고 가장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은행창구로 달려가 대출상담을 벌여야 하는 40대 가장들의 입장은 헤아려봤는지 궁금하다.
입력시간 : 2006/04/02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