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등 경기 전반에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그룹 총수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일부 총수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수행이 끝나자마자 해외 경영에 돌입했으며 여타 총수들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다잡으며 위기 돌파에 힘을 쏟았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고유가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쇠고기 문제로 인한 국내 정국 불안 등이 겹치면서 경영 환경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자 총수들이 직접 나서 경영 전반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퇴진한데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전략기획실 해체를 앞둔 터라 각 계열사 CEO들의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바쁘다. 현장 경영의 중심에 서있는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조직 개편 마무리와 동시에 수원ㆍ탕정ㆍ기흥공장 등을 연이어 순회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오는 10일에는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을 위해 중국으로 날아갈 계획이며 이곳에서 중국 사업 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을 수행해 중국을 다녀온 구본무 LG 회장은 귀국과 동시에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사업본부장들을 잇따라 만나 하반기 사업 전략을 점검할 예정이다. LG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경영 환경을 재확인하고 중국을 비롯한 전략시장 사업 등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을 검토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5월31일 중국 쓰촨성 지진 피해 현장에서 돌아와 1일 밤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최 회장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SK㈜ 이사회를 2일부터 일주일 동안 미국 뉴욕에서 열어 그룹의 글로벌 전략을 다시 다듬는다. 이 대통령과 함께 미국과 중국을 방문하면서 결정했던 굵직한 해외 비즈니스들을 7개 자회사들이 잘 실행시키기 위한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또 SK㈜가 뉴저지에 설립한 생명과학연구소, 미국 현지 법인인 SK USA도 방문할 계획이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은 3일 공판을 앞두고 있어 이 대통령의 현대차 중국 공장 방문에도 수행하지 못한 상황. 그룹 측에서는 국내외에 큰 행사와 복잡한 경영 현안이 맞물린 상황에서 공판으로 발목이 잡혀 난감한 표정이다. 현대차는 특히 오는 5일 러시아 공장 기공식을 앞두고 있는데 전략 지역에 대한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라도 정 회장 참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항공업종을 둔 그룹 총수들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하다. 대통령을 수행해 중국을 찾았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현지에서 곧바로 유럽으로 출장을 떠났으며 귀국 직후인 다음주에는 계열사 CEO들을 소집, 사장단 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다.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회장께서 (인수한) 대한통운과 대우건설 현장들을 일주일에 한번씩 둘러보는 등 본사와 현장을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터키에 출장 중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귀국과 함께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 등 계열사 경영을 본격적으로 챙길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와 한진은 이미 고유가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상황이다.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조석래 회장도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 수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2일 전경련에 들러 그간 국내서 벌어진 일에 대해 업무보고를 받은 뒤 3일에는 18대 의원 전원을 초청해 여는 경제5단체와의 만찬 교류회에 참석하는 등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