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에 28일(현지시간) 도출된 유럽연합(EU)의 아일랜드 구제금융 방안은 지난 5월 그리스 구제 방식과 달랐다. 그리스는 EU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두 국제기구로부터 지원받은 데 비해 아일랜드 모델은 해당국의 분담이 들어있고, 영국 등 비 유로존국가도 구제금융 대열에 합류했다. 당장 아일랜드 구제금융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지만 EU 구제금융 실탄이 고갈될 것에 대비, 2013년 중반 이후에는 민간 채권자들도 부채 일부 탕감ㆍ출자 전환 등 고통을 분담하는 새로운 구제금융 시스템 창설도 아일랜드 구제금융 협의과정에서 원칙적으로 합의됐다. 민간 채권자 고통분담(bail-in) 원칙은 EU 최강대국인 독일이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이번 구제금융의 승자가 독일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 모델은 앞으로 유로존(유로화 통용 16개국) 회원국에 대한 구제금융 방식으로 정착할 지 주목된다. 시장은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잠재적 구제금융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아일랜드 구제금융 850억유로 확정=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유럽의 재무장관들은 이날 밤 브뤼셀에 모여 아일랜드 구제금융에 대한 막바지 논의를 진행, 월요일 금융시장 개장 전에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등 외부 재원 1,100억 유로로 구성됐던 그리스 때와는 달리 아일랜드에 대한 구제금융 패키지는 외부 재원 675억유로, 내부 재원 175억 유로 등 총 850억 유로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는 IMF와 EU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FSM)이 각각 225억유로, 유로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177억유로를 분담하고, 비(非)유로존 국가인 영국ㆍ스웨덴ㆍ덴마크가 차관 방식으로 48억유로를 지원한다. 또 아일랜드가 자체적으로 국민연금유보기금(NPRF)에서 175억 유로를 마련해 은행업 구조조정에 사용하기로 했다. 아일랜드가 갚아야 할 외부 지원금에 대한 이자율은 평균 5.8% 정도로 그리스(5.2%)보다 높게 책정됐다. 브라이언 카우언 아일랜드 총리는 기자 간담회에서 "아일랜드는 구제금융 프로그램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이번 패키지가 아일랜드에게 생존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구적 안정메커니즘 논의…민간도 고통 분담=EU는 "더 이상의 위기는 없다"며 포르투갈ㆍ스페인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극구 부인하면서도 향후 발생 가능한 또 다른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항구적 안정 메커니즘(ESM)을 마련하기로 했다. ESM은 오는 2013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EFSF를 대체하게 될 신규 기금과 구제 절차 관련 새로운 조항들을 포함한다. 특히 ESM은 독일이 줄곧 주장해온 민간 채권자들도 고통을 분담하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쟝-클로드 트리쉐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쟝-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이로 인해 시장이 받게 될 충격을 감안, "민간 채권자들이 '상황에 따라'구조조정에 직면하게 될 수 도 있지만 독일이 원하는 대로 '자동적으로'강요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조치는 EFSF가 만료되는 오는 2013년 중반 이후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FT는 "재정 위기 발생시 새로운 메커니즘 하에서는 민간 채권자들이 일시적 지불 정지ㆍ만기 연장ㆍ이자율 경감ㆍ완전 탕감 등 보다 강화된 역할을 요구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