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지수 급등으로 차익 실현을 위해 증시에서 6조원 가량을 빼낸 개인 투자자들이 현금을 든 채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단기채 상장지수펀드(ETF)등 단기자금 상품에 돈을 넣어두고 증시 조정에 대비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본격적으로 상승한 지난달 23일부터 현재까지 개인투자자들은 16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4조2,545억원을 팔아치웠다. 투신권도 개인들의 차익 실현성 환매 요청에 따라 같은 기간 1조6,928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서 7,384억원이 순유출된 것을 비롯해 대다수의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최근 20일간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빼낸 자금만 6조원에 달한다.
6조원에 이르는 자금은 현재 어디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이 현금으로 들고 있으면서 증시의 추가 조정에 대비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재문 삼성증권 SNI서울파이낸스센터 지점장은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을 매도하며 수익을 실현했다"며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으면서 주가 재조정을 기다리거나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KDB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이사도 "투자자들 최근 우량주와 레버리지 ETF를 중심으로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현금 비중을 높였다"며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와 시리아 관련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저가매수 방식으로 투자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잠재적인 주식 매수 대기 자금으로 여겨지는 고객예탁금이 증가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긴 돈과 주식을 판 뒤 아직 찾아가지 않은 돈을 집계한 금액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객 예탁금은 지난달 말 17조 5,048억원에서 이달 12일 현재 18조 9,033억원으로 증가했다. 주가 조정 타이밍을 저울질하며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현금으로 썩히기 아까운 투자자들은 대표적인 단기자금 투자처인 MMF, CMA 등으로 자금을 넣어두고 있다. MMF는 자산운용사가 설정해 운용하는 펀드로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주로 초단기공사채에 투자해 단기자금을 굴리기에 적합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이후로 MMF로 5,219억원이 유입되며 현재 설정액이 71조 2,860억원까지 늘어났다. 증권사에서 계좌를 설정할 수 있는 CMA는 고정금리를 지급하는 CMA-RP형과 실적 배당형인 CMA-MMW/MMF형으로 나뉘는데 하루만 돈을 넣어둬도 이자를 지급한다. CMA잔액은 지난 달 20일 40조 7,208억원에서 12일 현재 42조3,627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일부 증권사들이 특판으로 판매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도 만기가 3~6개월로 짧은데다 연 4~5% 수준의 금리를 제공해 투자자들의 대기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단기채 ETF는 최근 1년새 단기자금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단기채 ETF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각각 발행하는 만기 1년 미만의 국고채와 통안채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주식시장에 상장돼 거래된다. 대표적인 단기채 ETF인'삼성KODEX단기채 ETF'의 순자산은 최근 1주일 사이 579억원 증가했으며 연초 이후로는 3,628억원이 늘었다. 단기채 ETF는 MMF와 달리 판매 보수가 없고 운용 보수가 낮은 점도 장점이다.'삼성KODEX단기채 ETF'의 연 보수율은 0.15%이다. 이는 MMF의 평균 보수율인 0.4%보다 훨씬 저렴하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 매니저는 "단기채 ETF는 MMF와 달리 판매보수가 없는 데다 운용보수도 MMF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해 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라며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단기채 ETF는 유동성도 풍부해 원하는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조건이 형성돼 있어 단기자금의 주요 투자처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