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개신교 `미국 바로보기` 확산

“기독교인에게 미국은 무엇인가.”국내 기독교, 특히 개신교 신자들에게 미국은 100여 년 전 선교사들을 보내 복음을 전해준 고마운 나라였다. 그래서 개신교 교회는 다른 종교나 일반 사회에 비해 친미(親美)적 성향이 강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 사건과 세계의 반전 여론을 등지고 미국이 감행한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미국을 다시 봐야 한다는 고민이 개신교계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이라크 전쟁 이후 개신교 단체들이 신자들의 대미 인식에 대한 자각과 재검토를 위한 토론회, 강연, 세미나 등을 잇달아 열고 있는 데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다른 종교 단체들이 반전 집회나 기도회, 희생자 돕기 모금 운동 등에 그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18일부터 5월 16일까지 서울 을지로2가 향린교회에서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등의 주최로 `팍스 로마나, 팍스 아메리카나, 팍스 크리스티아나`라는 제목의 연속 강좌가 마련된다. `미국의 평화냐 예수의 평화냐, 우리의 선택은`이라는 부제가 시사하듯이 이 강좌는 평화와 사랑이라는 예수의 가르침과, 이라크 전쟁에서 나타난 미국의 패권주의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개신교계의 처지를 드러내고 있다. 성해용 기사연 원장은 “촛불시위 이후 교회가 친미ㆍ보수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시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쳐졌지만, 교인들은 미국은 기독교 국가이므로 우리 편이고 부시 대통령은 기독교인이므로 선한 세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여전하다”면서 “교인들이 국제 정치의 현실을 정확히 보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강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한미 관계와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4일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토론회나, 기독교 관점에서 이라크 전쟁이 정의로운 것인가를 거론한 14일의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월례발표회 등도 미국에 대한 개신교계의 입장 정립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는 KNCC 토론회에서 “미국 교회가 세계 교회라는 과거의 인식을 버리고 미국 교회도 세계 교회에 속해 있다는 것을 정확히 봐야 한다”면서 한ㆍ미 교회가 세계적 교회일치 운동의 틀에서 쌍무적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개신교계 내에서는 미국이 옳다면서 전폭적인 지지를 하고 있는 과거의 친미적 시각과, 미국을 세계 평화를 해치는 `악의 제국`으로 까지 보는 반미적 시각,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중간적 시각이 혼재해 갈등을 빚고 있다. 친미적 시각은 대체로 대형교회 목사들이 고수하고 있으며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반미적 시각은 소수의 진보주의적 목회자들이 갖고 있다. 목회자 뿐만 아니라 신자들도 친미적 성향이 여전히 다수라고 목회자들은 전했다. 미국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봐야 한다는 중간적 입장도 소수이다. 박득훈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한국 교회가 그간 미국을 신앙적 모방의 대상으로 삼고, 하나님과 미국을 병치시켜 친미에서 나아가 숭미(崇美)에까지 이른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옳고 그른 것을 명확하게 봄으로써 신앙의 순수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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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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