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맥주.소주로는 성안찬다] 이색술 판매 급증

11일 저녁 서울 충무로의 웨스턴바 「하바나」. 두건을 쓰고 수염을 기른 가죽옷의 40대남자가 데킬라를 마시고 있다. 때마침 흘러나오는 노래는 안토니오 반델라스가 주연 영화 「데스페라도」의 주제가다. 이 영화는 데킬라로 유명한 멕시코가 배경이다.『데킬라는 한입에 털어넣은 뒤 잔을 바닥에 탁 치는 맛이 일품입니다. 다른 안주 필요없이 소금이면 족한 것도 마음에 들어요』 최고급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을 몰고 다니는 인테리어사업가 미키씨(41)가 데킬라만을 고집하는 이유다. 이집 주인인 조동순(趙東順·45·여)씨는 『주로 젊은이들이 이색 술을 좋아하지만 요즘에는 중년의 직장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밀러나 버드와이저등 외국 맥주 일색이었는데 요즘에는 데킬라나 럼같은 술을 달라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덧붙인다. 데킬라, 보드카, 럼, 진 등 보통 사람들이 잘 마시지 않는 이색 술을 찾는 사람이 요즘 늘고 있다. 이들 술은 전체 주류시장에서 2~3%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규모는 미미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젊은이들 사이에서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추세는 국내에서 이색 술을 판매하는 두산씨그램의 판매 추이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두산이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는 「압솔루트」보드카는 지난달말까지 1,830상자(700㎖ 6병들이)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9%가 늘었다. 두산은 이들 주류가 인기를 끈다고 판단, 그동안 방치하던 「캡틴모건」럼을 판매 재개해 벌써 4,700상자를 팔았다. 수입현황을 보더라도 올들어 이들 술이 많이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수입액과 증가율이 진 4만달러 33.7% 럼 8만5,000달러 132.0% 데킬라 11만5,000달러 142.8% 보드카 6만3,000달러 192.3%에 달한다. 이런 종류의 술들이 잘팔리는 데 대해 업계에서는 『술시장 역시 소비자으로 바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술에 대한 소비자의 취향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마시는 장소도 주점과 단란주점에서 하드락카페나 웨스턴바등으로 다채로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외국 술을 모두 진열해놓고 음악을 크게 트는 소위 웨스턴바가 서울에만 500곳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하바나에서 럼을 마시던 한 대학생은 『요즘 젊은이들은 영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서 나오는 버번위스키, 「물위의 하룻밤」에 나오는 데킬라 등을 보며 이를 즐기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한기석 기자 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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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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