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재경부의 말 못할 고충

재정경제부가 참 곤혹스럽다. KT&G와 칼 아이칸 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수록 난감함은 더하고 있다. 그렇다고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자칫 KT&G가 오는 17일 주총 표 대결에서 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영균 KT&G 사장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명 정도는 아이칸 측 연합의 사외이사 후보가 차지할 수 있다”고 인정한 상태다. 더구나 주총 이후에는 경영권을 완전히 빼앗길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마저 나오면서 재경부의 불편한 맘은 지속되고 있다. KT&G 측이 불리해질수록 곳곳에서는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맞설 수 있는 추가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심지어 금융감독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추가 방어대책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는 차치하고 일부 정치권에서도 ‘입법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재경부는 ‘외로운 섬’이 될 형국이다. 그럼에도 재경부는 추가적인 M&A 방어대책 마련에는 부정이다. 한달 가까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부총리는 물론 차관ㆍ차관보 등까지 각종 언론에 나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추가 대책은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다행히 9일에는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재경부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주면서 다소 위안을 삼고 있을 뿐이다. 재경부의 이 같은 완고함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음에도 버티고 있는 것이 그렇다는 얘기이다. 재경부의 한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솔직히 방어책을 마련하고 싶다. 그러나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이유는 뭘까. 그의 말은 이어진다. “미국의 301조는 글로벌 스탠더드인가. 아니다. 그래도 그들은 할 수 있다.” 이 발언에서 재경부의 말 못한 고민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미국 미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통보문을 미국 의회에 제출했다.(★본지 3월6일 1ㆍ4ㆍ5면 참조) 행간에는 M&A 방어대책 마련 등에 대한 우려감도 실려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는 냄새도 풍긴다. KT&G는 공기업 민영화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방어에 실패한다면 그 뒤 재경부의 맘은 편할까. 그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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