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이 분양가상한제에서 택지비는 당초 발표대로 감정가를 적용하겠다고 재확인하면서 다시 한번 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감정가보다 비싼 매입비를 인정해줄 수 있지 않겠냐는 실낱같은 기대감이 여지없이 무너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우려해 주택업계는 ‘1ㆍ11대책’이 발표된 후에도 택지비의 감정가 적용에 대해 꾸준히 ‘보완해줄 것’을 정부 측에 요구해왔다. 지난 19일에는 대형 주택업계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가 이례적으로 긴급 이사회 후 기자회견을 열고 분양가상한제의 합리적인 운용을 촉구했다. 이방주 한국주택협회장은 이 자리에서 “택지비는 감정가가 시가나 구입원가보다 쌀 경우가 많다”며 “또한 기업의 원가절감 노력과 기술개발 및 브랜드가치 유지비용 등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올해 계획했던 30만가구의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장관이 밝혔듯 ▦민간택지의 거래가격이 불분명하고 ▦이중계약 등 편법이 우려되며 ▦택지구입의 고가를 인정해주는 관행을 고려했을 때 뚝섬도 예외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건설사 사장은 “대부분 택지구입비는 감정가보다 높다”며 “만약 감정가만 인정한다면 사업을 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뚝섬 상업용지 등 주상복합사업 등은 상당 기간 공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시가 2005년 6월 공개입찰에 부쳤던 뚝섬 상업용지는 3개 업체가 당시 감정가의 2.1배 가격에 낙찰받았을 만큼 토지 매입비가 높았다. 낙찰업체의 한 관계자는 “매입원가를 택지비로 인정해주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가 없다”며 “이대로라면 계속 시간을 끌다가 분위기가 바뀌어야 분양에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실제 서울ㆍ수도권 대부분의 알짜 부지는 이미 ‘수요 초과’ 상태에서 대부분 감정가보다 20~30% 비싼 값에 거래됐고 엄청난 양도소득세 부담으로 인해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도 못하는 상태다. 업계가 택지비 산정을 문제 삼아 주택공급을 포기할 경우 민간 아파트의 공급위축은 곧바로 수요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 대형 주택업체의 주택담당 임원은 “사업이 미뤄지면서 땅을 사서 유지해오는 금융비용 등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중인데 이런 비용은 어떻게 해야 하냐”며 “지난해 하반기 미뤘던 공급물량까지 합쳐 올해 1만5,000가구를 분양하기로 계획했지만 이대로라면 1만가구도 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1ㆍ11대책 이전에 매입한 토지에 대해선 매입가를 입증할 자료가 충분하다면 감정가 대신 매입가를 택지비로 인정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이미 정부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검토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경쟁입찰 등을 통해 높은 가격에 매입한 택지에 대해 감정가를 적용할 경우 주택건설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 공급 자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처럼 예외를 인정해준다면 뚝섬 상업용지나 청라지구 등 고가에 토지를 낙찰받은 사업지의 경우 낙찰금액 자체를 택지비로 인정받을 수 있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지자체의 인허가 작업이 늦어지면서 분양을 제때 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택지비까지 감정가로 일괄 적용해버린다면 토지비의 거품이 꺼지는 것보다 공급위축에 따른 부작용이 당장 나타날 것”이라며 “11ㆍ15대책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던 정부가 공급을 막던 예전으로 후퇴한 꼴”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