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빙 앤 조이] 본의 아닌 '데릴사위'

처가·아내 눈치… 기죽는 남편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가정 내에서도 아내의 발언권과 경제권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아내가 경제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처가에서 육아를 책임질 경우 장모나 아내 눈치를 보며 하소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현석(34) 씨는 명절마다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을 처가에서 봐주기 때문에 본가에 한번 가려면 아내에게 갖은 애교를 부려야 움직일 수 있기 때문. 김 씨의 수입이 불안정해 아내와 맞벌이를 하는데다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아내 수입이 더 많을 때가 자주 있어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게 이유다. 김 씨는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처가에서 육아와 살림 등 모든 면에서 지원을 받다 보니 본의 아니게 데릴사위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잡지사 기자인 황선호(35) 씨는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인 아내 연봉이 황 씨 수입의 서너배에 이른다. 결혼할 땐 다들 능력 있는 마누라를 얻었다며 부러워했지만 정작 그의 마음은 편치 않다. 처가 근처에 아파트를 얻은 것은 물론이고 매년 휴가 때도 처가 식구들과 해외 여행을 간다. 황 씨는 “아파트 구입 대금이나 휴가 비용 모두 아내가 부담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가끔이라도 우리 부모를 챙겼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심경식(40) 씨는 명절이나 장인ㆍ장모의 생일, 처제나 처남 생일 등 처가에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빠짐 없이 챙긴다. 대학 때 만나 연애 결혼을 한 아내 친정이 경제적으로 넉넉해 결혼 후 꾸준히 도움을 받아왔기 때문. 심 씨는 “집안의 중요한 일도 대체로 아내 의견을 따른다”며 “내 맘대로 하다 결국 부부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많고 때로 싸움이 격해지면 아내 입에서 ‘우리 집에서 당신한테 어떻게 했는데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니 큰 싸움을 미리 막는 게 낫다”고 말했다. 딸이 태어난 후 2년여간 처가살이를 했던 직장인 정영호(35) 씨는 장모와의 갈등으로 어려움이 컸다. 장인이 돌아가신 후 장모 혼자 있는 게 걱정되는데다 딸 양육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아내 의견에 따라 처가에 들어가 살았는데 아내와 의견 충돌이 생길 때마다 아내와 장모가 한통속이 돼 몰아붙인다고 느껴졌던 것. 정 씨는 “장모 친구분들이 사위 잘 둬서 편하게 산다고 하면 장모가 ‘우리 딸이 잘 해서 그렇지’라고 말할 땐 인간적으로 서운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육아 문제가 조금 걸리지만 지금처럼 떨어져 사는 게 정씨는 훨씬 맘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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