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고공비행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석유소비는 줄지 않아 고유가 불감증이 우리 사회에 어느덧 자리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감돌고 있다. 특히 일반제품보다 리터당 100원 이상 비싼 고급휘발유 소비가 50% 이상 급증, 부유층의 ‘석유 과소비’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석유소비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국내 석유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늘어난 3억2,721만배럴에 달했다. 원유도입물량도 올 들어 5월까지 지난해에 비해 4.4% 증가했다.
이에 따라 1~5월 중 원유수입액은 119억4,000만달러로 41.2%나 급증해 전체 수입에서 원유 단일품목의 비중이 11.6%를 차지했다.
다만 5월 중 석유소비는 전년 동월보다 2.1% 감소했다. 하지만 품목별로는 휘발유 소비는 지난해 5월보다 4.7%, 경유는 4.1% 증가했다. 휘발유 가격은 5월에 2.3% 올랐으며 경유는 17.1%나 뛰었으나 소비증가세를 막지는 못한 셈이다.
특히 5월 중 고급휘발유 판매(2만3,000배럴)는 전년 동월보다 53.9%나 증가했다. 5월 누계로도 전년보다 43.9% 늘었다.
산자부는 고급휘발유 수요를 이끄는 중ㆍ대형 수입차의 등록대수가 올 들어 20.9% 증가에 머문 점을 고려할 때 고급휘발유에 대한 선호현상이 외제차는 물론 국산 대형차의 오너들로까지 확산되는 경향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자부는 또 도시가스 보급에 따라 등유ㆍLPG의 난방용 수요가 지속적으로 대체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석유소비 증가세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고유가 원년인 지난해에는 석유소비가 줄었으나 올 해는 가격이 배럴당 10달러 이상 올랐어도 소비증가세가 그칠 줄 모른다” 며 “고유가에 내성이 생긴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