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2월 28일] 원전수출, 꿈 있으면 어렵지 않다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사업을 우리 대한민국이 수주했다는 낭보는 원자력산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주기에 충분하다. 원전 건설 및 운전경험이 월등히 많은 미국ㆍ프랑스ㆍ일본을 제치고 따낸 쾌거이니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경이적'이라고 할 만하다. 이렇게 경이로운 성과는 지난 40여년간 원자력기술입국으로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국정 최고책임자와 관련 공무원들, 원자력산업 종사자들의 애국심과 열정, 그리고 헌신에 기인한다. 車·조선·반도체 수출액 맞먹어 대한민국은 원자력 초창기, 외국 기술자의 홀대 속에 기술을 배우고 익혀 이제 세계에서 원전을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짧은 기간에 건설하며 가장 높은 이용률과 안전성을 보여주는 원자력 신화를 일궜다. 필자는 지난 여름 미국 전력연구소(EPRI)의 최고경영자(CEO) 하계 세미나에서 대한민국의 성공 이야기가 발표됐을 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전력업계 지도자의 감탄과 놀라움을 분명하게 기억한다. 미국은 지난 1980년대 이후 신규 발주가 없어 원자력산업 인프라 자체가 무너졌기 때문에 이제 다시 원자력발전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가르쳤던 우리 '대한민국'의 기술과 인프라가 절실히 필요한 처지가 됐다고 토로하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에너지수입 총액은 1000억달러를 넘어서서 주력 수출상품인 자동차ㆍ조선ㆍ반도체 전체 수출액과 맞먹을 정도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10억달러 미만의 우라늄 정광과 농축서비스만 수입하는 원자력발전이 없었다면 에너지 수입 총액은 더욱 늘어서 1200억~1300억달러가 됐을 것이다. 그만큼 원자력발전은 우리 경제를 살찌우고 전기요금을 지난 20여년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또한 원자력발전은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거의 방출시키지 않는 청정에너지이기 때문에 향후 원자력발전의 역할이 더욱 커져 정부가 추구하는 녹색성장의 주역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며칠 전 코펜하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산화탄소 감축 노력을 "우리가 먼저"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오는 2030년까지 세계 각국이 발주할 것으로 전망되는 원전은 300~700기 정도로 추정된다. 원전 1기 건설에 대략 3조~5조원이 소요되므로 신규 발주 물량의 3분의1을 우리가 수주하게 되면 자동차ㆍ조선ㆍ반도체에 필적하는 수출효과가 기대된다. 우리 설계와 기술인력이 해외로 진출하고 국내 기자재 제작업체가 활기를 찾을 것이다. 우리가 축적한 원자력기술을 다른 나라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마땅한 시점이다. 12월 4일, 이 대통령이 호남선 KTX 기공식 참석 직전 영광원자력발전소를 불시에 방문했다. 기공이나 준공과 같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상황에 원전을 대통령이 방문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외에 '대통령이 원자력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나라'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를 기대한다는 취지의 말씀은 참석자뿐만 아니라 원자력산업계를 격려하고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원천기술 조기 개발·확보 시급 끝으로 필자는 대통령이 누누이 당부한대로 우리나라가 외국에 일부 의존하고 있는 원천기술을 조속히 개발하고 확보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고 본다. 수년 전 중국에 원전 수출을 위한 협상에서 우리의 원천기술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된 후 우리 고유의 기술개발을 위한 정부와 민간 공동사업을 시작됐다. 지식경제부 신형원자로(APR+)개발사업을 총괄 책임지고 있는 필자와 종사자들은 절치부심해 늦어도 2012년까지는 우리 원천기술을 확보해 아무런 제약 없이 세계를 누빌 있도록 뒷받침하고자 한다. 원자력으로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각오가 있기에 국정 최고책임자의 "꿈이 있으면 힘들지 않다"는 격려가 우리를 더욱 감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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