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하자 공기업 사장을 비롯한 공공기관장들이 거취를 두고 고심하는 모양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사표를 내더라도 자칫 낙하산 인사 또는 MB맨임을 자인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새 정부와 척을 진 것으로 오해 받을 소지가 있다는 게 이들의 고민이라고 한다. 차라리 진퇴에 관한 지침을 확실하게 주는 것이 속 편하다는 말도 들린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공공기관장 인선과 관련해 이렇다 할 이야기가 없다. 다만 전문성을 중시하고 낙하산 인사만큼은 철저히 막겠다는 원칙론은 밝혀둔 상태다. 공공기관장은 법적으로 임기를 보장하고 있지만 으레 정권교체기면 그런 규정은 있으나마나 한 게 과거의 경험이었다. 5년 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노무현 지우기의 일환으로 공공기관장의 일괄사표를 공개적으로 종용해 갖은 부작용을 낳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과거 정부 사람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무턱대고 사표를 종용하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경영상의 실책과 특별한 하자가 없다면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임기가 남았다면 본인의 의사가 우선이다.
새 정부가 원칙과 법치를 내세우니 일단 기대를 갖게 한다. 다만 여당의 무리수는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과거처럼 전 정부 인사들은 사퇴해야 한다는 식의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월권일 뿐만 아니라 국민통합에도 어긋난다. 인사는 순리대로 풀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