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3월18일, 미국 존슨 대통령이 '공법 90-269'에 서명했다. 'Gold Reserve Requirements Elimination Act'라는 이름을 가진 이 법의 골자는 말 그대로 금 지급준비금제도 폐지. 달러를 신규 발행하려면 발행액의 25%를 금으로 비축해야 하는 제도를 없애버렸다. 1971년 8월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도 포기를 선언하기 3년5개월 전에 근거를 없애버린 셈이다. 미국은 왜 금본위제도를 버렸을까. 크게 달러약세와 물가오름세라는 두 가지 요인 탓이다. 먼저 과도한 베트남 전쟁 비용과 미국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로 금 보유액이 줄어들었다. 2차대전이 끝났을 때 전세계 금의 70% 이상을 갖고 있었으나 1960년대 중반부터는 50% 이하로 떨어졌다. 주요 서방 선진국들이 참여한 260억달러 규모의 런던 금 풀(London Gold Pool)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상황. 금 보유가 점차 줄어들자 미국은 화폐제도 자체를 바꿔버렸다. 미국의회 표결(3월16일) 다음날 런던 금 풀도 해체됐다. 금 지준제 폐지는 세계 경제를 야금야금 좀먹어 들어갔다. 무엇보다 금 비축 의무에서 해방된 화폐의 발행액이 크게 늘어났다. 매년 약 30억달러씩 증가하며 1967년 546억달러였던 본원통화 발행액이 1977년에는 1,000억달러 선을 넘어섰다. 거품과 글로벌 언밸런스 등 지구촌 경제의 고질병이 이때 도졌다.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지금, 각국은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8,133톤을 보유한 미국을 비롯해 독일(3,407톤), 중국(1,054억 달러), 일본(762억달러), 대만(423억달러) 등이 금을 사들인다. 우리나라의 금 보유액은 14.4톤. 세계 57위다. 스리랑카보다도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