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고위 공무원이 재직 시절 특정 업무에 대한 직접 감독을 하지 않았다면 퇴직 직후 관련 업무를 하는 일반기업에 취업해도 이를 제한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고위 공무원이라고 해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너무 엄격히 제한할 경우 예상되는 권리침해 등의 폐단을 고려해 업무 관련성을 엄격하게 해석한 것으로 일부에서 제기되는 ‘엄격 제한’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김인욱)는 손모씨 등 2명이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요구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금융감독원에서 각각 1ㆍ2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2007년 퇴직한 손씨와 이씨는 퇴직한 다음 날 바로 각각 삼성화재와 미래에셋생명에 상근감사위원으로 취업했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손씨 등에 대해 ‘대통령이 정하는 직급ㆍ직무 종사자는 퇴직 전 3년 이내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된 사기업에 취업하지 못한다’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규정을 위반했다’며 이들이 입사한 회사에 ‘취업해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고 손씨 등은 소송을 냈다.
금감원은 “손씨가 퇴직 전 3년 이내에 근무했던 부서의 하위부서인 보험조사실에서는 삼성화재 등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하는 등 직접 감독 업무를 수행했다”며 ‘업무 관련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보험조사실에서 실시된 업무는 보험사의 업무개선이나 정책자료 활용을 목적으로 한 것이므로 이를 직접 감독 업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씨가 퇴직 전 3년 이내에 재직했던 민원처리 파트에서 미래에셋생명과 관련한 13건의 민원을 처리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13건 중 11건은 단순 안내에 불과하고 2건도 민원 취하된 사항으로 이를 ‘직접 감독 업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관련 사기업 취업을 제한하려고 소속 부서의 업무 범위를 판단할 때 퇴직 공직자의 자유와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같은 법원은 4월 서울시 지하철 건설본부장에서 퇴직하고 지하철 공구설계 업체인 D사에 취업하려다 ‘취업 불승인 처분’을 받은 신모씨가 서울시 공직자윤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해 일관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신씨가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에서 D사가 계약 당사자인 지하철 9호선 공구 건설계약 방침을 최종 결재했다”며 업무의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해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