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시룡 칼럼] 민생정치의 길

총선 이후 재편된 정치판도에 대해 경제의 주역인 기업인들의 반응은 대체 로 기대반 우려반인 듯 하다. 집권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여소 야대의 불안정한 정치상황이 해소된 것은 위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그러나 국회의원 당선자의 65%가 초선이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아마추어의약진과 진보성향 징치인의 대거 진출 등 내용면에서 우려의 기색이 적지않 다. 정치신인의 대거등장과 진보정당의 원내진입은 정치적 시각에서 보면여건변화와 다원화된 사회구조의 투영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치행태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만큼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의 증대로 비춰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총선 이후 첫 당정협의에서 다수당의 위치에 올라선 여당이 정부에 여러가 지 주문을 했지만 기존 경제정책의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데 인식을같이한 것은 이 같은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 된다. 우리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나 대외신인도의 유지 등을 위해서도 지금은 정책기조를 흔들거나 선회하기 보다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비상시국에서 치러진 이번 총선의 결과는 냉정한 정책대결이라기 보다는 거센 바람의 결과라는 해석이 많 다. 그 와중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내세운 한가지 공통점은 ‘경제와 민생’이었다. 비단 이번 선거뿐 아니라 정치의 계절이 닥치면 항상 경제와민생은 가장 인기 있는 정치공약이 돼왔다. 그런데도 기업인들이 앞으로 정치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보수니 진보니 하는 정치적 색깔이 경제문제에 접목될 때 성장과분배, 생산과 복지라는 이분법적인 대결국면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걱 정에서다. 이렇게 되면 가령 진보우위의 정치판도에서는 경제정책이 경쟁력과 지불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채 경제와 민생을 포퓰리즘적인 방식으로풀려는 성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이미 경쟁 력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투자에 열을 올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 기업을 하는 것은 희망이나 승산이 없다는 판 단을 하는 기업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권이 진심으로 경제와 민생을 위한다면 첫번째로 할 일은 정치 스스로 가 경제에 짐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 경제적 국경이 높고 우리끼리 경쟁하던 시절에는 경제가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를 감당할 수가 있었 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시대에서는 더 이상 경제가 정치의 비능률과 불합리를 지탱할 수가 없다. 두번째 과제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수 있는 게임규칙을 만들고 그러한 규칙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경제 위에 군림하고 호령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경제가 매끄럽게 흐를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해 주는 생산적인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가령 일자리 창출, 경기회복, 신용불량자 문제 등 현안을 한꺼번에 풀 수있는 열쇄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한가한 논쟁이 아니라 ‘기업살리기’에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고육책이지만 구태 정치의 산물인 정치자금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고 관련 기업인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은 기업의욕을살리고 위축된 투자마인드를 회복하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경제와 민생’을 내걸고 출범한 새로운 정치에 대해 4년 뒤 국민들은 어 떤 기억을 하게될지 궁금하다. 논설위원(경영博 ) srpark@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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