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日 “적대적 M&A 막아라” 비상

경영 전략 차원이 아니라 단기 차익을 겨냥한 외국계 펀드가 제조ㆍ금융 등 전 산업을 망라해 일본 기업 사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외국인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 기업에 적대적 인수ㆍ합병(M&A) 비상이 걸렸다.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한국 등 IMF 구제 금융 국가에 횡행했던 외국계 투자 자본의 현지 기업 공략이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00년 10억달러에 부실한 신세이 은행을 인수했던 다국적 투자펀드인 리플우드 컨소시엄이 오는 2월 86억달러 규모의 신세이 은행 상장(IPO)을 통해 50억달러의 시세 차익을 챙길 것이 확실시되면서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외국 자본의 국내 은행 헐값 인수를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리플우드가 신세이 은행을 인수하면서 부실채권은 정부에 떠넘기고 높은 위험의 기업대출을 중단해 재무구조를 건전화시킨 후 막대한 차익을 챙기고 빠지려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리플우드측은 망할 은행을 구조조정을 통해 국제시장에 성공적으로 내놨다며 비난을 일축했다. 외국계 펀드의 기업 사냥은 신세이 은행처럼 부실 기업에 그치지 않고 저평가된 유망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8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것으로 유망 기업을 헐값에 인수한 후 쪼개서 시장에 비싸게 되파는 M&A가 일본에서 재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계 펀드인 스틸 파트너스는 지난 12월 메탈 오일을 만드는 제조업체인 유시로 케미컬 인더스트리를 1억4,600만달러에 인수하겠다고 공개 도전장을 냈다. 회사측은 적대적 M&A 방어를 위해 당초 계획했던 주주 배당금을 10배로 늘려 주가상승을 유도하는 등 갖가지 수단을 동원했다. 스틸 파트너스는 또 직물 염색업체인 소토에 대해서도 적대적 M&A를 시도했고 이에 대해 소토측은 다이와증권에 인수를 제의하는 등 백기사 찾기에 나섰다. 이들 외국계 펀드의 공략 대상은 부실로 구조조정 대상이거나 정상기업이더라도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주주 이익을 등한시하거나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을 대상으로 외국계 펀드의 M&A가 잇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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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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