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그림이 있는 공간의 풍요

지난해 4월 대림미술관‘리빙룸:컬렉션1’ 전에 전시된 천안 아라리오갤러리 김창일 회장의 사무실. 미술계의 큰 손 컬렉터로 알려진 그는 조각부터 그림, 사진까지 다양한 현대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대림미술관 제공


[리빙 앤 조이] 그림이 있는 공간의 풍요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그래픽=이근길기자 지난해 4월 대림미술관‘리빙룸:컬렉션1’ 전에 전시된 천안 아라리오갤러리 김창일 회장의 사무실. 미술계의 큰 손 컬렉터로 알려진 그는 조각부터 그림, 사진까지 다양한 현대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대림미술관 제공 관련기사 • 그림이 있는 공간의 풍요 • "숨은 작품 발굴 나설 것" • 좋은 그림 싸게 사는 법 [리빙 앤 조이 기사 보기] • 피부관리 자외선 차단·보습이 우선 • 익숙산 코미디 스타에 의존 '못말리는 결혼' • 와타나베 켄 주연 '내일의 기억' • 케이블 TV, 지상파 향한 '거침없는 하이킥' • 佛 여배우, 20여년간 1만 6,000명과 관계 ■미술로 향하는 대중의 관심에 대하여 화랑에 팔 그림이 없어 아우성이다. 일부 화랑에서는 "전시가 시작되기도 전에 예약이 끝나 벽에 걸 그림도 없다"는 푸념 섞인 자랑을 늘어놓는다. 미술품 가격은 해가 다르게 뛰고 있는데도 작품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제야 작품 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 동안 미술작품은 우리 경제수준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었을 뿐 만 아니라 미술시장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선진국들에 비해 덜 했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금의 열기가 소위 말하는 '블루칩' 작가 30여 명에 한정된 것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직도 IMF이후 가격 폭락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가들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돈 되는 작가에게만 몰리는 '쏠림현상'을 지적하며 지금의 호황이 오히려 '과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처럼 미술시장 열기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지금의 열기를 부정적으로 보든 그렇지 않든 작품과 수요층 모두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미술시장이 부유층에만 한정됐던 '그들만의 세계'를 벗어나 대중에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 같은 전례 없는 호황을 이끌고 있는 세력은 직장인부터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다양하다. 주 연령대는 20~40대, 중산층에 대부분 초보 컬렉터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자세는 진지하다. 이들은 작가와 작품을 충분히 연구하고, 미술시장에 뛰어든다. 이런 점에서 80~90년대 호황기를 이끌던 올드 컬렉터 그룹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들이 딛고 선 시장 기반은 작품 정보와 가격 등 객관적 데이터의 공개다. 이와 함께 경매가 활성화되면서 낙찰과 동시에 가격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누구나 클릭 한 번으로 오리무중이었던 그림 값을 알 수 있게 됐다. 상품의 유통과정과 가격 정보가 공개돼야 시장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투명해진 미술시장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 우선 새로 유입된 중산층 컬렉터들을 위한 중저가 미술품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해 경매회사와 화랑이 작가 및 작품 데이터, 가격정보, 전시 및 소장이력 공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미술 투자에는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필요한 투자 요령과 시장현황에 대해 살펴봤다. 투명해진 시장… 젊은 컬렉터 '북적' 모 기업체 부장 배 모 씨는 꽤 유명한 미술품 컬렉터로 통한다. 25년 전부터 작품을 사 모았고, 회사원 컬렉터로 화제를 모아 각종 언론 매체에도 꽤 소개된 사람이다. 배 씨의 컬렉션은 수집과 감상이라는 측면 말고도 투자와 수익의 관점에서 봐도 꽤나 성공적이다. 그가 4년 전 700만 원에 구입한 전광영의 50호 짜리 작품은 현재 화랑계에서 추정가 4,000만 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으며, 7년 전 2,300만 원에 산 이우환의 작품(100호)은 10배가 오른 2억3,000만 원이다. "원래 그림을 좋아하지만 소장하고 있는 동안 이처럼 값이 오르니 그림에 대한 만족감이 더 커진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가 소장한 그림 중 10배 이상 오른 작품이 있다는 소문이 나자 미술의 '미'자도 모르던 주변 사람들도 그에게 문의를 해 온다. "나도 그림 한 번 사볼까?" 미술시장이 열기를 띠면서 '아트테크'(아트와 재테크를 합성한 신조어)가 뜨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을 대체할 가장 안정적인 투자수단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미술품은 최소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대에 이르는 고가 상품. 정말로 투자 가치가 있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성장잠재력 충분" 미술시장이 대안적 투자처로 각광 받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이제 달궈지기 시작한 신흥시장이라는 점이다. 지금의 열기가 과열이고 이미 미술품 값이 오를 만큼 오른 상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직도 저평가돼 있는 작품이 대부분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가격이 더 오르면 올랐지 빠질 거품은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미술품 가격이 경제 규모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배 씨는 "뛰는 말에 올라타야 돈을 번다"며 "지금 망설이면 투자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70~80년대 시장을 주도한 작가들의 작품 중 IMF 외환위기 이후 가격이 폭락한 상태에서 회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 작품들의 시세가 현재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들 작가들이 앞으로 시장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 시장의 크기를 계속 키울 수 있다는 점 또한 미술시장의 성장잠재력을 뒷받침 한다. ■기본단위 비싸고 단타매매 어려워 하지만 미술시장의 특성상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나은행 아트뱅킹 관계자는 "작품가격이 적어도 500만원 이상은 돼야 만족할만한 수익률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미술투자의 대중화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상품에 비해 유통과정이 불투명해 일반인들이 구입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또 작품을 팔고 싶어도 그 작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어야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투자수단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는 것도 한계다. 따라서 시세 차익만을 노리고 작품을 구입하기에는 커다란 무리가 따른다. 투자 이전에 기호가 우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은 이 때문이다. 정준모 아람누리미술관 전시감독은 "10년 이상 소장 할 것이 아니라면 단 10초도 가지고 있지 말라"고 단언했다. 10년 이상 두고 볼 그림을 구입해야 뚜렷한 수익률을 내지 않더라도 컬렉션에 만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익률이 오르더라도 미술품은 단타매매가 어려워 장기 보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안목 키우는 게 먼저 10여년 전부터 작품 수집을 해온 강태호 일주아트 디렉터는 "스스로 작품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이 되는 작품이라든가, 어떤 작품이 뜨고 있다고 해서 그 작품을 사면 실패하기 십상이고, 유명작가와 작품에 현혹되지 않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목을 키우기 위해 미술 전반과 작가, 작품에 대한 꾸준한 연구는 필수다. 아울러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다. 컬렉터 배 씨는 "화랑에 자주 가라"고 조언한다. 배 씨는 "초보 컬렉터 시절 시간이 날 때마다 화랑에 가서 작품을 보고 화랑 주인에게 조언을 들었다"면서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작가와 작품에 대한 많은 자료를 얻고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 지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혜경 서울옥션 총괄이사는 "프리뷰 전시를 꾸준히 관람하라"고 권했다. 프리뷰전시에서는 출품작의 추정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시장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한 작품이 어떤 분위기에서 얼마에 팔렸는지에 대한 정보는 다음 경매를 예측할 수 있는 참고서"라고 강조했다. ■미술품 사고 파는 경험 중요 박 이사는 또 "미술품은 철저한 경험재"라고 말했다. 구입 및 수집에 대한 경험이 쌓일수록 상품의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박 이사는 "상대적으로 값이 싼 소품이라도 구입해보고 판매해 보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그림을 사고 파는 것 자체가 컬렉션의 시작이며 취향에 맞는 작품을 구입하고 애정을 느껴봐야 좋은 작품을 보는 심미안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작품을 구입할 때는 형편에 맞게 하고, 특히 초보 컬렉터의 경우는 여유 자산이 풍부해도 작품 구입에 많은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중견 컬렉터들도 초기에 구입한 작품들에 싫증이 나거나 작품 가치가 떨어져 쓴맛을 본 경험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만 어떤 경로를 통해 작품을 구입할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김인선 대림미술관 학예실장은 "가격대를 가장 공정하게 알 수 있는 시스템이 경매지만 한 작품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다 보니 작품 값 예측이 어렵다"며 "초보 컬렉터의 경우 경매에서 가격 정보를 숙지하고 화랑에 가서 상의한 후 작품을 구입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준모 전시감독은 작가와 작품을 평가하는 국제적인 기준을 따져 작품을 구입할 것을 권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주요 미술관 전시 참여도, 주요 미술전문지 리뷰 게재 빈도, 주요 미술관의 해당 작가 작품 소장여부, 국제전 참가도,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화랑과의 관계 등을 기준으로 작가와 작품을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자료는 대부분 그림을 구입할 때 화랑에 요구해 얻을 수 있다. 10년 소장 각오 없인 투자 말아야 경매장에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미리 예약하지 않아도, 응찰을 하지 않아도 경매 일시에 맞춰 경매장에 가기만 하면 된다. 국내 미술품 유통의 65%가량을 차지하며 오늘날 호황을 이끌고 있는 경매시장은 미술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학습 장소다. 많은 사람들이 경매가 열리는 날이면 경매장 뒤쪽을 가득 메우고 앉아 작품의 몸값 결정에 촉각을 세운다. ■ 뜨거운 열기의 경매 현장 지난달 26일 평창동 서울옥션 스페이스에서 열린 ‘현대미술경매(Contemporary Art Auction)’현장. 경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20~30대 가량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계단을 가득 메우고 앉아 경매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쪽에 놓여있는 400여 개의 검은 의자에는 ‘패들(paddleㆍ응찰할 때 들어올리는 작은 라켓모양의 번호판)’을 들고 있는 응찰자들이 앉아있었다. “탕.” “○○번 작품 낙찰됐습니다.” 경매 진행자인 박혜경 서울옥션 경매사(총괄이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경매장 안에 울려 퍼졌다. 낙찰을 알리는 경매봉 소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경매사는 다음 작품 경매를 시작했다. “66번 고영훈의 스톤북. 코리아타임스 위에 돌을 그려넣은 작품입니다. 시작가는 3,800만원.” “4,000만, 5,000만, 6,000만…1억, 1억1,000만…1억5,500만 원.” 2~3분만에 가격이 억 단위로 뛰어올랐다. “지금까지 최고가 1억5,500만 원입니다. 1억6,000만 원 없으십니까. 없으시면 마무리합니다. 1억5,500만. 1억5,500만. 1억5,500만 원.” “탕.” “패들번호 ○○번 손님께 66번 작품 낙찰됐습니다.” 출품작 한 편당 낙찰에 소요되는 시간은 많아야 2~3분. 여기저기서 패들을 들어올리면 경매사는 이를 체크하고 바로 응찰가격 공시를 해야 한다. 이 때 서면(書面) 응찰과 전화 응찰을 담당하는 보조 경매사들도 부재자들을 대신해 응찰을 하기 때문에 경매 진행자의 눈은 바쁘게 움직인다. 경매사 양 옆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보조 경매사로 사전에 응찰 가격을 써내면 경매당일 이들이 대신 응찰을 한다. 경매 전 전화 응찰 신청을 하면 경매 현장에 있는 직원과 실시간 통화를 통해 응찰할 수도 있다. 경매장 우측에서는 10여명의 전화응찰 담당자들이 직접 패들을 들며 응찰을 한다. ■ 낙찰의 메커니즘 이 처럼 추정가를 훨씬 벗어나 낙찰되는 경우는 20% 정도. 웬만해서는 추정가 내에서 낙찰가가 결정되지만 이 날처럼 추정가의 2~3배 가격에 낙찰액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10%가 채 되지 않는다. 이 날 고영훈의 ‘스톤북’은 추정가가 4,000만~5,000만 원이었지만 3배가 넘는 1억5,500만원에 낙찰됐다. 보통의 경우 최저 추정가는 응찰자와 경매회사가 합의한 가격(내정가)에서 형성된다. 하지만 내정가보다 싼 가격에 낙찰 될 수는 없으며 내정가 이상으로 가격이 올라가지 않을 경우 유찰된다. 경매 진행 중 경매사가 하는 말을 잘 들어보면 “한번 더 부르셔야 이 작품 팔립니다”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 얘기는 가격을 더 올려 불러야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작가는 보통 내정가의 70~80%라고 보면 된다. ■ 경매의 특수성 경!쟁! 경매에서 미술작품은 하나고, 그것을 원하는 사람은 다수다. 경매에 나온 작품을 원하는 사람들은 다른 응찰자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수밖에 없다. 박 이사는 “경매는 자기기준을 가지고 응찰에 임해야 하지만 의외성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그래야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가 가진 예산으로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매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자기 취향을 잘 아는 전문가와 함께 경매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 낙찰가는 다음 경매를 위한 자료 이날 진행된 2시간의 경매에서 팔린 작품 수는 출품작 112점 중 103점. 낙찰률은 91.96%다. 총 낙찰액은 전체 출품작의 추정 최저가인 14억 원을 크게 넘는 21억9,500만 원이었다. 경매가 끝나자 경매회사는 이 같은 자료를 통계자료로 만들어 분석 리포트를 발표했다. 낙찰자들이 지불한 금액 역시 기록돼 분기별 혹은 연간 리포트 자료가 되고, 다음 경매에서 해당 작가의 작품 가격을 추정하는 기준이 된다. 경매사들이 작품을 보고 “이 작품은 얼마” 라는 식으로 추정가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이전 낙찰가, 현재 시황 등을 기으랜염“鳧?형성되는 것이다. 다만 예상치 못하게 작품 낙찰가가 2~3배 가량 급등한 경우는 이상 징후일 수도 있기 때문에 즉시 반영되지는 않는다. 경매사들이 참고하는 자료는 장기적인 가격동향이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7/05/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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