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신인도 제고 기대속 우려 목소리

10억 이상 차입등 허가없이 신고만으로 가능<br>국내기업도 외국서 돈빌릴때 보증제한등 없애<br>"환투기 쉽게 노출" 지적에 "내달 방지책 마련"



내년부터는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맘껏 원화를 조달할 수 있게 돼 환(換)투기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오는 11월 중순까지 환투기 방지대책을 마련, 발표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는 21일 16개 자본거래 항목에 대해 외환당국에 신고만으로 절차가 마무리되도록 하는 내용의 외국환거래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은 외국인이 국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10억원을 초과해 원화를 차입하거나 100억원을 초과하는 원화증권(주식ㆍ채권 등)을 발행할 경우 외환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내년부터는 신고만 하면 된다. 외국 헤지펀드들로서는 원ㆍ달러 환율 상승압력이 시장에 생길 경우 국내에서 원화를 조달해 달러를 계획적으로 매입, 달러가치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챙기는 환투기를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외국자본이 국내에서 거래를 쉽게 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업종별 평균 부채비율보다 높은 기업들이 해외에서 1년 미만의 단기차입을 할 때 지금은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내년부터 신고만 하면 된다. 30대 그룹 국내본사도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보증규모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 기업들이 수출입 등 거래에서 획득한 대외채권도 지금은 건당 10만달러를 넘으면 채권만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국내로 다시 들여와야 하지만 앞으로는 1년6개월로 늘어난다. 외자에 빗장을 풀어헤치는 것은 환투기 세력들에게 풍부한 먹거리들을 제공한다는 것을 뜻한다. 홍콩 외환당국이 외국자본에 대해 홍콩달러 차입을 자유화했던 지난 98년. 헤지펀드들은 대거 홍콩달러를 빌려 매도(달러 매수)에 돌입했다. 동시에 주식시장에서는 선물 매도에 들어갔고 당국은 이에 따른 홍콩달러의 절하압력을 피하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이는 금리급등과 주가하락으로 이어졌고 헤지펀드들은 증시에서 손쉽게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논리상으로는 이번 조치로 국내에서도 환투기 세력들이 기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에서 헤지펀드 등이 원화자금을 차입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바꾸면서 달러수요를 유발, 환율에 영향을 주는 방법으로 환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권태균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홍콩은 우리와 달리 고정환율제도 아래 있었기 때문에 헤지펀드의 공격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대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인 자본 자유화 정도(59%)가 일본 수준(86%)으로 높아져 대외 신인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재경부 안에서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않다. 한 당국자는 “내부적으로 논란이 적지않았다”고 귀띔했다. 한 딜러는 “불법ㆍ변칙거래에 능숙한 외국자본들이 당국의 그물망을 피해갈 길이 한층 넓어졌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가능성을 우려해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관세청은 불법 외환거래 검사범위를 기존 경상거래에서 수출입거래와 관련한 자본거래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권 국장은 “추가적인 보완조치를 앞으로 15~20일 안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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