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24일] MB정부의 '그린 증후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캠페인에 ‘그린’이라는 용어를 꼭 넣으라고 해서 넣긴 했지만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 게임산업협회는 최근 그린게임 캠페인 발대식을 가졌다. 이 캠페인은 고스톱ㆍ포커 등 웹보드 게임의 1일 이용 시간을 10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상한 점은 캠페인 내용과 제목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문화부는 게임산업협회장 인사말까지도 행사 전에 미리 받아 체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듯한 명분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상 사전 검열인 셈이다. 협회장 인사말까지 문화부에서 관여한 것은 유례가 없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부의 ‘그린 증후군’은 최근 발표하는 정책마다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그린(녹색)이란 구호에 정보기술(IT) 행사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이달 초 제주도에서 열린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행사장 한켠에 세계 최초 모바일 인터넷TV(IPTV) 등을 선보이는 ‘컨버전스 코리아’ 전시관을 마련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아시아 정상들은 녹색성장 전시관만 찾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역점 추진 중인 4대강 정비 사업 역시 주요 테마는 그린이다. 물론 정부가 큰 틀에서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는 선전활동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율성이 보장돼야 할 업계에 이를 강요하거나, 선전활동에 몰입해 다른 현안들을 소홀히 대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욱이 토목과 건설 위주로 기획된 4대강 정비 사업은 ‘그린’의 실체마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처럼 정부가 그린을 강조하면서 개별 기업들도 이에 보조를 맞춰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T 서비스 업체들은 최근 유난히도 녹색 관련 사업 발표가 잦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에 편승해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뛰어들다 보면 나중에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상파 DMB나 와이브로가 수익성이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 좋은 예다. 현 정부의 ‘그린 증후군’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지만 막무가내식 드라이브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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