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盧대통령 ‘경제챙기기’나섰다] 경제주체 투자-소비심리 떠받치기

지난 22일 현장경기를 체감해보기 위해 남대문시장을 찾은 금융통화 위원들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썰렁한 상가분위기는 고사하고 상인들이 토해내는 말속에 절망감이 짙게 배어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재래시장의 1번지인 남대문시장을 둘러본 한 금통위원은 “요즘 실물경기가 외환위기시절보다 더 어렵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어왔지만 정말 실감이 나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경제를 직접 챙기기로 작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민경제 파탄 막기 = 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경기가 나빠지면 서민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다”며 김진표 부총리에게 “경제사회분야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생활안정대책을 정리해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요즘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온도는 영하(零下)10도 이하다. 소비자들은 눈덩이 같이 늘어난 카드 빚에 짓눌려 돈을 쓸 엄두도 못내고 있다. 한 때 줄어드는 듯하던 신용불량자수가 300만명에 육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주가 급락으로 가만히 앉아서 있는 돈마저 까먹고 있다.소비심리가 공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평가지수는 지난3월 63.9로 급락했다. 지난98년12월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돈주머니는 얇아지는데 늘어만가는 각종 세금이나 의료보험, 국민연금등 사회보장비용은 서민들을 질식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실물경기 급랭 방어 = 실물경기는 그로기상태다. 지난해 경기하락속도는 그나마 완만했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급한 내리막으로 들어섰다. 이라크전, 북핵, 카드채, SK글로벌을 필두로 분식회계문제등이 불거지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고 금융시장도 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가장 큰 불안요인이었던 이라크전이 끝나고 북핵문제가 위기를 모면할 조짐을 보이지만 회생기미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은 “정부가 한해에 두번 확정해 발표하는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외국기관들과 국내경제연구기관들이 최근들어 경제전망을 잇따라 낮춰 잡는 현상과 같은 맥락이다. 실물경기가 이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에는 외국인투자자들도 발길을 돌리게 되어 있다. 참여정부가 내세우는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도 물 건너 가게된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해 지난22일 재정집행특별점검단 격려간담회에서 “재정집행이 더디면 곤란하다”며 “재정의 경기대응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재정집행의 시차(Time-Lag)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해성 홍보수석은 “노대통령이 경제를 집중적으로 챙기게 된 것은 경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의 투자, 소비심리를 떠받치고 외국인들에게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믿음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 중재자 = 시장은 노 대통령이 경제 챙기기에 나선 이상 적극적인 중재자로서의 롤(역할)을 맡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김 부총리와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놓고 충돌한 것과 같이 새 정부출범이후 개혁과 경제정책을 놓고 부처간, 참모간 견해차이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대통령의 경제철학이 잘못 전달돼 혼선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도 빈발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모두가 어려운 때 대통령이 경제 챙기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은 실질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반기고 있다. 그러나 단지 홍보용이나 행사성 일정에 그칠 경우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박동석,김대환기자 d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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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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