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교통카드 2장을 휴대하고 다녀서야…

전국의 버스ㆍ지하철은 물론 철도와 고속도로에서도 사용 가능한 만능 교통카드 도입을 코앞에 두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간의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기존 교통카드(T머니)의 기득권을 인정해달라는 서울시의 요구를 국토부가 거부하면서 불거진 대립이다. 서울시의 요구를 수용하면 전국 표준화 방침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교통카드 사업 간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사안의 본질과 무관하게 감정싸움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인다. 지난 15일에는 국토부가 전국 호환을 거부하는 서울시의 처사를 위법행위라고 몰아붙이자 서울시는 악법이라며 재반박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양측 모두 국민편익을 내세우지만 국민의 눈에는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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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지역 간 호환이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서울을 제외한 7개 광역시와 경기도와는 호환협약을 마친 상태다. 앞으로 도단위로 확대하고 공영주차장 같은 새로운 사용처도 발굴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그간의 경위가 어떻든 오는 11월 도입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놓고 최대 수요처인 서울시와 호환협약을 맺지 않은 것은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 방식이다. 서울시의 주장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최대 2억장으로 추산되는 기존 교통카드의 매몰비용이 만만찮을 뿐더러 이미 익숙한 카드가 있는데도 새 카드를 발급받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새 교통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엄포를 놓은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다. 갈등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국민의 혼선과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다. 새누리당 정권과 민주당인 서울시의 감정대립이라면 더욱 곤란하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말로만 국민편익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진지한 자세로 머리부터 맞대기 바란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국민들이 교통카드 두 장을 소지하고 다니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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