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의 사건은 아니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사회ㆍ정치적 불안이 심화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에도 불구하고 뉴욕과 홍콩, 런던, 싱가포르 등 주요 국제금융센터에서는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금융기관 관계자들조차도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국내에 큰 문제가 생길 경우 해외거래선이 한국물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산금리 인상 등)`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같은 이상 징후 없어 평상시와 거의 비슷한 거래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이번 사태를 한국 주식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정치나 사회적 불안감이 커질 경우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시장상황이 언제든 나빠질 수 있다는 경고는 잇따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이상징후` 없어= 박동영 우리은행 싱가포르 지점장은 “해외 거래선들은 이번 탄핵사태가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의 사건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 것 같다”며 “실제로 주요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의 이상 징후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홍콩지점의 한 관계자도 “외화조달 등 금융거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요구 없이 거의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광구 우리은행 홍콩지점장도 “홍콩에서는 한국 금융기관들이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외부충격에 쉽게 영향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또 최성철 한미은행 런던지점 차장은 “유럽시장에서도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대부분 안정적이고 오랜 관계를 맺어 왔기 때문에 해외 거래선이 큰 동요는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오히려 한국물에 매입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도 “외국계은행들이 탄핵 때문에 거래를 축소하거나 가산금리를 올릴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단기차입의 경우도 탄핵 이전 가격으로 차입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은 유동성이 남아 별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회ㆍ정치적 불안 심화 등 우려= 국제금융센터에서의 이 같은 반응은 그러나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에서 무작정 낙관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외환은행 홍콩지점의 한 관계자는 “향후 탄핵정국이 어떻게 전개될 지 여부에 대한 해외 거래선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정치불안이 심화될 경우 다시 사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흥은행 뉴욕지점의 한 관계자도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월가에서도 북한 핵 문제와 함께 이번 정치위기(탄핵사태)의 전개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정치가 실종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이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의 임지원 상무는 “탄핵자체는 거의 충격이 없지만 가장 우려되는 것은 탄핵에 대한 찬반여론이 사회혼란으로 치달을 가능성”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정부가 경제정책에 있어서 리더십을 확실히 잡고 나가 줄 것을 원하고 있다”고 충고했다.
<이진우기자,이연선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