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지구촌 각국들도 누가 당선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누가 당선돼도 관계없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내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고 있다. 민주당이 재집권하면 미국의 기존 외교정책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예측이 가능해지는데다 산적한 자국의 현안 때문에 미국의 대통령 교체라는 중대한 외교환경 변화를 꺼리는 것이다.
중국은 대선 열기가 고조되면서 두 후보가 경쟁적으로 '중국 때리기'의 수위를 높이자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다. 하지만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는 즉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좀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오바마 대통령과 더 이성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오는 8일부터 열리는 중국 18차 공산당대회 이후 시진핑 체제가 순조롭게 안착된다면 양국의 대립이나 갈등이 갑자기 증폭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롬니로 정권이 교체될 경우 예상치 못한 긴장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미일 관계에 영향을 받아왔다. 일반적으로는 미국 민주당 정권이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반면 공화당 정권은 중국보다 미일 안보동맹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 2009년 2월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아소 다로 당시 총리와 회담을 하는 등 일본에 친근한 태도를 보인 반면 롬니 후보는 일본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어 혼란스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은 유럽연합(EU)의 결속력 유지 및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해소 등 내부현안 때문에 변화를 꺼리는 기류가 역력하다. 경제위기 과정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맺은 전략관계를 유지하는 차원에서도 오바마 재선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5일 프랑스의 장마르크 아이로 총리는 외교적 관례를 깨고 "내가 미국 시민이라면 주저 없이 오바마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은 극단적인 친(親) 오바마 성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투표권이 있다면 오바마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92%에 달할 정도였다.
러시아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재선되면 러시아와 미국 간 최대 분쟁 이슈인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바마에 대한 선호를 표시했다. 롬니는 그동안 오바마가 러시아에 지나친 유화정책을 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중동에서도 오바마 행정부가 '아랍의 봄' 진행과정에서 중동 전체의 안정을 위해 이집트ㆍ리비아 등의 경제회복을 지원해 그의 재선이 더 유리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롬니의 당선을 바라는 국가는 사실상 이스라엘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롬니의 수십년 지기인데다 오바마와의 관계가 냉랭했기 때문이다.
한편 아프리카에서는 4년 전 미국 대선 때보다 열기는 식었지만 피부색이 같은 '흑인' 오바마의 재선을 내심 바라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오바마의 재선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오바마의 재선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