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한ㆍ중ㆍ일ㆍ러 4개국 순방을 앞두고 한국과 중국의 대북 제재 참여에 대한 고강도 압박에 나섰다. 특히 북한의 2차 핵실험 움직임 등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 화물 검색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어느 때보다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특히 한반도 주변 공해상에서 북한선박에 대한 해상 검색을 실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가 무력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라이스 장관, “각국과 PSI 협력 계속할 것”=라이스 장관은 16일(현지시간) 4개국 순방에 앞서 국무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안 이행 문제와 관련, “각국은 공동안보의 혜택뿐만 아니라 ‘부담(burdens)’도 함께 공유해야 한다”며 “이제 이행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ㆍ중 양국이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대북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인 셈이다. 그는 “유엔의 대북 결의안은 북한의 핵 관련 물질 이전을 막는 새로운 국제기준”이라며 “미국은 PSI를 통해 나라들과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이번 순방의 초점이 PSI를 통한 ‘북한 봉쇄’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 핵심은 핵 관련 물질의 제3자 이전에 대비한 “실용성 있는 탐지 및 검사 구조를 만드는 방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포기로) 방향을 바꿀지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자”면서도 “우리는 북한이 방향을 바꾸도록 만들 수 있는 훨씬 더 강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고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무력대응을 포함한 추가 제재안도 고려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에 대한 화물 검색이 지역의 긴장감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 지역 국가들의 (긴장고조) 우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당사국의 강력한 반응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 강력 제재 방침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결의 찬성 책임져야” 중국 압박 가속=라이스 장관의 4개국 순방에서 가장 무게중심이 두어진 곳은 역시 중국이다. 북한 대외무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동참을 얻어내지 않고서는 제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힘들다. 라이스 장관의 4개국 순방에 앞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중국을 직ㆍ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동참’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라이스 장관은 중국 측과 PSI에 대한 이해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중국이 이행하지 않을 결의에 찬성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그들이 의무를 외면할 것으로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해 중국의 ‘화물 검색’ 동참을 간접 촉구했다. 니컬러스 번즈 국무차관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유엔 결의안에 서명했고 거기에는 유엔헌장 7장이 있었다”고 말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특히 화물 검색 문제와 관련, 왕광야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검색은 하되 정선은 없다”고 말한 데 대해 “결의안을 따르겠다고 하고서 그러지 않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중국이 상황을 재검토할 예정이거나 아마도 대사가 잘못 말한 것 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 역시 “이제 말보다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해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을 강조했다. ◇미ㆍ일 공해상 해상 검색 구체 협의 착수=미국과 일본은 16일 북한 선박 검색을 위한 구체적인 협의에 착수했다. 일본은 17~18일 라이스 장관의 방문에 맞춰 ‘주변사태법’을 확대 해석, 미국의 선박 검색을 후방지원하는 방안을 확정하기로 방침을 굳힌 상태다. 미ㆍ일 양국은 일본 영해는 물론 주변 공해상에서도 미국과 함께 광범한 선박 검사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은 특히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 검색을 할 때 자위대에 경고 사격 또는 대응 사격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일본 방위청 장관은 16일 중의원 테러방지특별위원회에서 “(미군에 대한) 급유활동 중 어느 쪽에 대한 공격인지 구별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경우 규정에 따라 반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