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와 잇단 유가의 고공행진은 우리 경제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20여년간 고도성장을 구가해온 중국의 정책기조를 긴축으로 바꾼다는 중국정부의 말 한마디에 당사국인 중국의 경제보다 먼저 한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내수와 기업투자가 실종된 가운데 그나마 경기를 떠받쳐온 수출이라는 성장 엔진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취약점 장기간 방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가급등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증시마저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경제에 불안을 느낀 외국자본이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국내증시에 들어와 있는 수백조원의 외국자본 가운데 불과 수조원어치를 팔아치웠는데도 주식시장이 바닥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경제는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는 중국특수와 외국자본에 지나치게 안주했는지 모른다. 내수와 투자, 그리고 수출이 균형을 이뤄야 건실한 성장이 가능한데도 중국특수에 눈이 멀어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장기간 방치해온 결과라 할 수 있다.
갈수록 심화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 부문간의 양극화 현상은 수출이라는 엔진이 꺼질 경우 곧바로 위기로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 경제가 거의 전적으로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데도 그러한 수출을 좌우하는 해외경제의 움직임에 둔감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의 처지를 감안하면 세계경제의 움직임은 아니더라도 중국이나 미국같이 우리 경제의 젖줄이나 다름없는 나라의 경제동향에 대해서는 빈틈없이 모니터링하고 불길한 조짐이 있을 때 사전경보가 울릴 만도 한데 이상할 정도로 태평스럽다.
중국경제라고 해서 한없이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면 정책기조의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나 다름없다. 중국정부가 왜 다급하게 긴축정책으로 선회했는지는 무역수지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255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중국은 올들어 4월까지 107억6,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정부가 바보가 아닌 이상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를 방치하면서 성장정책을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끊임없는 정쟁과 탄핵사태 등 별로 생산적이지 못한 대내게임에 몰두한 나머지 우리 경제를 재앙으로 몰아넣는 대외환경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차이나 쇼크, 고유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모두 해외요인이고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이 일어났을 때 외환위기에 빠지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나라가 있듯이, 같은 충격이 주어졌을 때 나라마다 피해의 크기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해외요인이니까 경제가 위기에 내몰려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는 곤란하다. 지금부터라도 승승장구하던 개발연대의 환상에서 벗어나 개방화시대에 우리 경제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진지한 점검이 있어야 한다. 내수기반과 기업의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고 특정국가의 수출에만 의존하는 성장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외국자본에만 의존하는 증시가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대외악재 대응력 키워야
외국인이 몇조원어치의 주식만 팔아치워도 경제의 거울인 증시가 공황상태에 빠지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경제를 놓고 성장이냐 개혁이냐에 대해 입씨름하는 것도 한가해 보인다. 개방화시대에 우리 경제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나라 바깥에 있는 것을 볼 줄 아는 넓은 안목이다. 그래야 우선 우리 경제가 외부 악재에 휘둘리지 않는 저력을 키울 수 있다.
외부환경에 지극히 취약한 우리 경제는 내부적으로도 묘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개혁이 무서워 투자하지 않는 풍토도 문제다. 그러나 개혁다운 개혁도 안되면서 공연히 불안을 조장하고 기업과 국민의 관심사를 대내지향적인 게임에만 몰두하게 만들어 우리 경제의 운명이 걸려 있는 대외환경 변화에 둔감하게 한다면 더 심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