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캐리트레이드'가 본격화되면서 원화에 대한 엔화 강세현상이 뚜렷이 나타나 엔화대출 기업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10일 100엔당 1,260원까지 떨어졌던 원ㆍ엔 환율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 캐리 트레이드에 따른 엔화강세로 현재 1,33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올 들어 원ㆍ엔 환율은 3월2일 100엔당 1,616원을 고점으로 8월에는 1,26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계단식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원ㆍ엔 환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리가 저렴한 달러를 빌려 고금리 상품에 투자하는 '달러캐리트레이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 지난주 말의 경우 3개월물 달러 리보는 0.3475%로 엔 리보의 0.3906%보다 낮은 수준이다. 8월24일 달러와 엔화의 리보 스프레드가 처음 역전된 뒤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달러 리보 금리가 떨어지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달러를 빌려 일본의 고금리 상품에 투자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달러공급이 늘어나면서 일본 엔화는 달러는 물론 다른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나타내게 된다. 원ㆍ엔 환율이 8월10일 이후 강세로 돌아선 것은 달러캐리트레이드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ㆍ엔 환율이 강세로 방향을 틀면서 엔화대출자들의 자금부담 상환이 가중되고 있다. 또 원ㆍ엔 환율 추가상승을 우려해 신규 엔화대출은 거의 없는 상태다. 시중은행 여신정책부의 한 관계자는 "달러캐리트레이드가 본격화되면서 엔화대출을 받은 고객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자금운영에 여유가 있는 기업들은 엔화가치가 더 오르기 전에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4월 말 기준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은행과 농협 등 6개 시중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9,936억엔에 달한다. 대출자뿐 아니라 은행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달러캐리트레이드에 따른 엔화강세로 엔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신규 엔화대출자도 급격히 줄고 있어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엔화채권을 발행할 경우 엔화강세로 이전보다 높은 가산금리를 지불해야 할 형편"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신규 엔화자금 조달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엔화자금 조달여건이 다시 악화되면서 은행들은 엔화대출을 장기로 운용하지 못하고 대출을 하더라도 단기대출에 머물고 있다"며 "엔화대출 상담건수도 급격히 줄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