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홍형숙 감독 "이분법적 시각의 우리 사회 그렸죠"

송두율 교수 사건 다룬 '경계도시2' 제작 홍형숙 감독

2003년 9월. 한국 사회는 '거물 간첩'으로 낙인 찍힌 한 교수에게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27살에 독일로 건너가 37년 만에 고국을 찾은 송두율 교수가 그 주인공. 2002년 송 교수가 귀국을 시도하다 실패했던 모습을 '경계도시'에 담았던 홍형숙 감독은 당시 대학원 졸업작품을 고국을 찾은 송 교수의 모습을 그린'경계도시2'로 제작했다. 그러나 주간의 촬영 계획으로 시작된 작품은 예상치 못한 사건의 광풍에 휘말리다 7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이에 대해 최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 감독(48)은"한국 사회의 환부를 직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를 흔들어 놓았던 송두율 교수의 사건이 이젠 누구도 이야기 하지 않는 '잊혀진 일'이 된 현재, 정직하게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당시 북한 노동당에 입당하고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구속과 재판을 거친 송 교수의 사건은 무죄판결과 송 교수의 출국으로 마무리되며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홍 감독은 영화가 말하는 것은 단지 남북 간 정치적 문제나 이념 갈등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이 영화는 나 자신과 우리들에 관한 이야기"라며 "사건은 단지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프리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내 편, 네 편이 아닌 '경계지대'에서 살고 싶어했던 송 교수는 결국 경계 '선'을 넘지 못하고 독일로 돌아갔다. 홍 감독은 "당시 거대 권력은 개인에게 완전한 굴복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요했다"며 "모든 일을 이분법 적 잣대로 보는 우리사회의 모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가 공개되기까지 7년의 시간이 흐른 까닭을 묻자 "화두를 정리하고 사건으로부터 나 자신을 격리시키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를 본 후에 나오는 다양한 반응이 비로소 이 영화를 완성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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