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다자안보협력 경험 전수
우크라 사태 따른 미·러 갈등…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설명
덴마크 경제성장 비결도 소개
정종욱 통준위 부위원장과 동북아평화협력 관련 대담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문제가 난마처럼 얽혀 있다.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우리나라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게다가 독도 영유권을 두고 일본의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지낸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가 '서울포럼 2015'를 찾아 안보와 통일·외교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대안을 내놓는다.
안보 전문가인 그는 '서울포럼'에서 글로벌 안보 정세 변화와 한반도에 대한 영향 분석, 유럽의 다자안보협력 경험을 전수해줄 예정이다.
여기에 안보와 비즈니스와의 상관관계 등에서도 깊이 있는 얘기를 하고 강소국으로 꼽히는 덴마크의 경제성장 비결에 대해서도 두루 얘기를 해줄 계획이다.
라스무센 전 사무총장의 방한에 기대가 큰 이유다.
라스무센은 덴마크의 대표적 정치인이자 EU에서도 손꼽히는 안보 전문가다. 최근까지 나토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덴마크 총리 재임 당시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아 회원국들을 조율했다. 그만큼 안보와 정치, 경제 전 분야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젊은 시절부터 정당에 가입해 활동한 그는 1978년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1987년 국세청장을 거쳐 1990년 경제국세부 장관을 지냈다.
1998년에는 보수 야당인 자유당 당수가 됐고 2001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총리에 올랐다. 총리가 된 후에는 적극적인 감세와 작은 정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추진했다. 2005년 총선에서 승리해 입지를 굳혔고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자 2007년에는 조기총선을 실시해 2009년까지 총리직을 유지했다. 이라크 전쟁에도 참여해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09년에는 나토 사무총장으로 지명돼 지난해까지 활동했다. 그는 덴마크가 EU 의장국이던 2002년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10개국을 새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협상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최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트해 연안국들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푸틴 대통령의 진짜 목적은 나토의 연대를 흔들고 동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권 회복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와의 인연도 깊다. 2006년 11월에는 덴마크 총리 자격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해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 2013년 4월에는 나토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북한의 일련의 도발적 언급과 행동이 한반도뿐 아니라 국제 평화와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포럼 2015'에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깊이 있는 해석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라스무센 전 총장이 대중 강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스무센 전 사무총장은 우선 '서울포럼 2015'의 개회식에서 기조 강연자로 나서 '안보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가제)'을 주제로 강연한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비롯해 안보 변화가 한반도와 경제에 주는 파급효과를 짚어줄 예정이다. 유럽의 정치·경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깊이 있는 분석과 전망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날 오전에는 국내 외교·안보 분야의 대가인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민간 부위원장과 대담을 한다. 이 자리에서 라스무센 전 총장은 북핵을 비롯해 동북아 안보 상황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국제사회의 최대 안보 이슈로 떠오른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및 서방국가와 러시아 간의 갈등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심도 있는 분석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라스무센 전 총장은 정 부위원장과 함께 유럽 평화의 토대가 된 '헬싱키 프로세스'와 이를 모델로 한 한국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의견도 교환할 계획이다. 유럽의 다자안보협력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동북아에서의 신뢰구축 및 협력진전을 위한 정책도 제언한다. 한중일 삼국은 역사적 경험에 따른 문제로 안보에 있어서는 서로 협력이 원활하지 않다. 대담자로 나선 정 부위원장은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구상하고 있는 한반도 긴장 완화 및 평화 통일 구현을 위한 방법을 제시할 방침이다.
정 부위원장이 소개할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다자간 대화와 협력의 관행을 축적해 신뢰를 쌓고 역내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며 북한의 국제사회 참여를 유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환경과 에너지 안보, 원자력 안전, 사이버 이슈 등 비전통적인 안보를 주제로 해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협력을 해나가는 게 기본 원칙이다. 나토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