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헤지펀드 허용 검토 발언에 대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다. 구체적인 방침이 나오지 않고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긴 했지만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 입장이 보다 개방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병익 오크우드투자자문 대표는 “정부가 기득권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또 “아직 드러나지는 않지만 시장에서는 헤지펀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헤지펀드의 설립 및 운용이 허용되면 금융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에 맞는 상품 등이 잇따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으며 개인 가운데도 거액 자산가들은 헤지펀드에 자산 일부를 배분하고 있다. 국내 연기금 등도 해외 ‘펀드 오브 헤지펀드(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등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또 “헤지펀드는 매우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허용될 경우 특정 분야로의 시장 쏠림현상을 막을 수 있고 주식ㆍ채권 등 유가증권뿐 아니라 유전ㆍ부동산ㆍ원자재 등 투자 대상을 다변화해 수익창출의 기회가 더욱 많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헤지펀드를 표방하며 설립된 또 다른 투자자문사의 한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아무런 제약 없이 다양한 운용기법을 구사하며 각종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수익을 내는 만큼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도권 내 펀드매니저들은 한번쯤 운용을 꿈꾼다”면서 “펀드매니저들이 대거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국내 증시 여건이나 투자문화가 아직 헤지펀드에 개방할 정도로 성숙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국내 금융기법이 외국계 금융기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헤지펀드 시장을 서둘러 열었다가 외국계 금융기관의 배만 불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해외 사례처럼 대형 헤지펀드가 파산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